한국일보

김정은 쌍수 환영(?)

2018-12-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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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두고 국론분열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이 쌍수로 환영해 줄 것으로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대통령을 만났다. 그 회담에서 김정은의 서울답방에 대한 지지를 얻어냈다는 것이 청와대의 자평이다. 이와 함께 또 다시 김정은에게 공공연한 러브콜을 다시 띄운 것이다.

뒤따르고 있는 것은 ‘귀빈(VIP) 김정은’ 영접 준비상황 보도들이다. ‘공산당이 좋아요’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김정은 환영단체의 잇단 커밍아웃, 청와대 상춘재 보수공사 진행 등이 그것이다.


그 모양새가 그렇다. ‘경제도 민생도 나 몰라라’다. 그리고 온통 북한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할까. 그게 문재인 정부의 알파이자 오메가로 새삼 보여서다.

G20 정상회의는 통상회의다. 그런데 통상문제와 관련된 발표는 없다. 그리고 외교적 업적으로 청와대가 스스로 내세운 것은 김정은의 서울 답방에 트럼프의 지지를 얻어 냈다는 거다.

워싱턴 발 이야기는 그 뉘앙스가 사뭇 다르다. 미국은 제재위반을 반대했지 김정은 연내 답방을 반대한 적도 없다는 거다. 그러니까 자가 발전이 꽤나 요란하다고 할까.

도쿄 발 소식들도 그렇다. 김정은은 오히려 서울답방을 내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의 연내 답방에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서울 방문에서 얻어낼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가 지난 11월 중순 북측에 김정은 위원장의 12월 중순 답방을 요청했지만, 북측에서 “연내에는 곤란하다”는 회신을 보냈다는 것이 요미우리 보도다.

왜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의 서울 답방을 기정사실인 양 서둘러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을까. 지지율 만회를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것이 니케이 아시안 리뷰의 지적이다.

당선 직후 한때 80%대를 마크했었다. 그 지지율이 50%대로 떨어졌을 때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 지지율은 수직상승했다. 이후 하나의 도식이 성립됐다. 지지율이 하락한다. 북풍이 불게 하라. 그러면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도식이다.


3차 정상회담이 열린 게 지난 9월이다. 역시 지지율은 반짝 상승했다. 그런데 불과 두 달여 시점에 문 대통령 지지율은 40%대로 떨어졌다. 그러니 ‘우리 민족끼리 손잡는 큰 마당’이란 감성적 이벤트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판단을 권력의 심층부에서 내리지 않았을까.

청와대의 정치적 판단은 그렇다고 치고, 어딘가 거부반응이 느껴지는 것은 ‘김정은 서울답방을 전 국민이 쌍수를 들고 환영해 줄 것으로 믿는다’는 문 대통령 발언이다. 은연 중에 김정은 환영을 종용하는 느낌이 들어서다.

“광화문 한 복판에서 북한체제를 찬양할 수 있을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볼 수 있다.” 국내 한 논객의 주장이다. 틀리지 않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김정은의 서울 답방을 반드시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도 없다.

그러나 거기에는 한 가지 단서가 따라야 한다. 북한체제 찬양과 정반대의 주장도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김정은 답방 반대집회의 자유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단서다.

그나저나, 김정은 연내 답방은 과연 이루어질까. 비핵화의 아무 진전도 없는 상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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