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글로 배운 육아

2018-12-01 (토) 최은영 섬유조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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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고개를 가눌 수 있을 즈음부터 아이를 아이 방에 따로 재우기 시작했다. 아직 모유 수유를 하고 있었지만, 모두 함께 자다보니 온 가족이 다 잠을 설치게 되어 내린 결정이었다.

밤에도 수유를 해야 하는 어린 아기라, 배가 고파 울 때마다 깊은 잠을 자는 나보다 잠귀가 밝은 남편이 먼저 깨어 아이를 나에게 데려왔다 다시 데려가 재우곤 했는데, 많을 때는 밤새 서너번씩이나 두 방 사이를 들락거렸다. 그때부터 남편은 얕은 잠을 자게 되었다.

우리도 수면 교육이라는 것을 안해 본 것은 아니었는데, 책과 인터넷을 통해 육아를 섭렵한 우리는 온갖 연구 자료들을 읽고 그중 몇 가지는 시도해 보기도 했다.


한번은 아이가 울더라도 그냥 내버려두는 방법을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하루 이틀 지나면 점점 우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혼자서 잘 자게 된다고 했다.

그런데 아들은 크립에 서서 울다 지쳐 난간에 기대어 잠이 들고, 기댄 몸이 휘청해 잠이 깨면 또 울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치면 누워서 잠이 들어야 할텐 데, 절대 눕지 않고 계속 선 채로 울다 졸기를 반복했다.

결국 우리는 실패를 선언해야 했다. 사실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 많이 망설이다 시도했던 것인데 역시나 아니었다.

이밖에도 아이가 자는 옆에 앉아 10여분 기다려 주기, 아이 방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있어 주기 등등, 다른 몇 가지 방법을 해 봤지만, 아이는 항상 방에 괴물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엄마랑 함께 자기를 원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아이의 침대까지 우리 방에 들여놓고 셋이 다 함께 자기 시작했는데, ‘왜 엄마 아빠는 같이 자면서 나는 혼자 자야 해요?’라는 말로 할 말을 잃게 했다.

어느 날 인터넷 창을 닫고 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보았다. 아이가 더 크기 전에 더 많이 안아주고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지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내 아이를 키우는 방법은 책도 인터넷도 아닌 내 마음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나는 내 마음 안의 답을 따르기로 했다. 무려 5년 반 만에 남편을 자유롭게 혼자 자도록 했고, 나는 아이의 따뜻한 몸을 안고 함께 잠들기 시작했다.

남편은 이제 깊은 잠을 자고 있었고, 나도 아이와 함께 달콤한 잠에 들 수 있었다.

항상 잠이 부족해 육아를 힘들게만 생각했었는데, 해결책은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걸 이제야 알다니!

<최은영 섬유조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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