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격조 있는’ 선물

2018-11-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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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러데이 시즌은 다른 말로 곧 ‘선물 시즌’이다. 선물이 의무가 되어버린 계절, 선물 샤핑 하느라 그러잖아도 바쁘고 피곤한 연말이 더 부담스럽다는 사람들이 많다. 자연히 원치 않는 선물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니 선물 ‘리사이클’이 흔하게 일어나고,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면 상점마다 반품 고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게 된다.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고.

선물 쇼핑은 비용도 부담이지만 아이템을 정하는 일이 큰 스트레스다. 모든 것이 풍족한 현대사회에서 받는 사람이 꼭 필요로 하는 물건을 생각해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나 부모님 등 노년층을 위한 선물은 더 힘든 것이, 새삼 필요한 것이 거의 없고 오히려 이젠 버려야할 인생의 시기이므로 물건 하나 더하는 것이 그다지 반갑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고려해보면 좋을 아이템이 하나 있다. 공연 티켓을 선물하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회나 오페라, 뮤지컬, 댄스 등 멋진 공연을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면 어떤 물건보다 기억에 남고 뜻 깊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평소 즐기지 않던 사람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되니 이처럼 괜찮은 아이템을 찾기도 쉽지 않다. 만일 받은 사람이 즐기지 않는다 해도 다른 사람에게 ‘격조 있게’ 선심 쓸 수 있는 선물이니 말이다.

남가주 일대에는 수많은 공연장이 있고, 거기서 늘 수준 높은 다양한 공연이 열리고 있다. 특별히 이번 시즌에 100주년을 맞은 LA 필하모닉은 다른 어떤 오케스트라도 시도한 적이 없는 파격적인 프로그램을 잇달아 무대에 올리고 있어 그중 하나라도 참석하게 된다면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또 LA 오페라는 자주 공연되지 않는 모차르트의 ‘티토 황제의 자비’를 내년 3월에, 베르디의 클래식 ‘라 트라비아타’를 6월에 공연할 예정이고, 뮤직센터 아만슨 극장에서는 파격적인 발레 안무로 유명한 매튜 본의 ‘신데렐라’를 내년 2~3월 공연할 예정이다.

이렇게 큰 공연들만이 아니라 실내악 연주단체들인 LA 체임버 오케스트라(LACO), 카메라타 퍼시피카(Camerata Pacifica), 자카란다(Jacaranda) 등도 거의 매달 콘서트를 열고 있고, 합창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LA 매스터 코랄의 연주회가 탁월하게 아름답다. 또 개인 연주자들의 리사이틀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데 예를 들어 브로드 스테이지에서는 리처드 용재 오닐의 연주회가 내년 3월과 5월에, 플라시도 도밍고의 리사이틀이 5월에 열린다.

연주단체를 잘 모르면 선물할 사람의 거주지에서 가까운 공연센터 웹사이트에 들어가 좋은 프로그램을 고르면 된다. 널리 알려진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뮤직센터, 르네 시거스트롬 홀, 로이스 홀 외에도 지난 10년 사이 남가주 일원에는 너무 좋은 공연장들이 많이 들어섰다. 샌타모니카의 브로드 스테이지, 베벌리힐스의 왈리스 센터, 어바인의 소카 퍼포밍 아츠 센터, 밸리의 소라야, 오렌지카운티의 머스코 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티켓 선물은 2장이 기본이므로 예산에 맞춰서 고르는 지혜가 필요하고, 일정의 여유를 넉넉하게 잡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오페라나 뮤지컬 등 큰 공연은 보통 50~300달러, 유자 왕 같은 유명 독주자의 협연이 있는 LA 필하모닉 연주회 역시 80~250달러로 상당히 비싸다. 그러나 대개의 실내악 콘서트는 50~70달러 정도로 저렴하면서 언제나 만족도 높은 연주를 선사한다는 사실을 참고하면 좋겠다.

그 사람이 어떤 프로그램을 좋아할까 생각하면서 고른다면 정말 마음이 담긴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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