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전략의 비밀, ‘분노와 증오’

2018-11-28 (수) 김상목 정책사회팀장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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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가 분노와 증오로 끓어오르고 있다. 국적과 인종, 종교, 그리고 체류신분의 다름을 이유로 야기된 갈등은 이제 폭발 직전의 위험 수위로 치솟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 분노와 증오를 자극하는 전략으로 갈등을 유발하고, 여기에 단순명료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대중을 사로잡은 트럼프 집권 2년 만에 미국은 정체성 갈등이 폭발하면서 갈기갈기 찢긴 분열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트럼프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부상하기 시작한 2015년부터 지속해 온 ‘반이민’적이고 ‘인종차별’적인 ‘갈라치기’ 방식의 언행과 정책은 통합을 지향하던 미국 사회를 분열사회로 만들었고, 내부와 외부 곳곳에는 결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수많은 ‘적’들이 생겨났다.

포퓰리스트들이 대중의 인기를 얻고, 선거에 승리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소외된 대중들 내부에 잠재한 ‘증오와 분노’를 부추기며 가상의 ‘적’을 만들어내 ‘사이다’같은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우파 포퓰리스트인 트럼프가 대중에게 소구하는 방식도 그랬다. 핵심지지 계층이라 할 수 있는 저학력·저소득인 블루칼라 백인들 소위 ‘앵그리 화이트’(Angry White)안에 내재된 불만과 좌절을 자극해 ‘분노와 증오’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트럼프와 같은 포퓰리스트는 소외된 자들의 분노를 대변하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호소한다. 하지만 여기서 해결책이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다”고 설파했다. 분노와 증오가 향하게 될 ‘적’은 ‘우리’가 아닌 ‘타인’이기 때문이다. ‘적’은 종교가 다른 무슬림이거나 인종과 출신이 다른 ‘이민자’일 것이며, 피부색깔이 다른 ‘유색인종’이 된다. 트럼프가 적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이렇다. “백인인 당신이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면 그것은 이민자가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이다. 당신 동네에서 일어난 흉악범죄 때문에 화가 난다면 그것은 멕시코와 중남미인들의 갱단 때문이다. 그들은 마약상 아니면 성폭행범이다. 테러가 여전히 불안하다면 그것은 당연히 무슬림 때문이다. 이들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 끊임없이 혐오의 언술을 뱉어내 분노와 증오를 자극한다.

터무니없는 부자감세로 쪼그라들게 될 ‘앵그리 화이트’의 복지나 건강보험 위기는 여기에 없다. 기술혁명이 만들어내고 있는 필연적인 일자리 위기에도 눈을 꼭 감는다. ‘적’은 ‘우리’가 아닌 ‘외부의 타자’들로만 존재한다.

중남미 캐러밴 사태로 촉발된 국경 위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인도주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자욱한 최루탄 연기 속에 흩어지는 난민들이 트럼프와 그들에게는 미국 영토를 침략하려는 ‘적’들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미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김상목 정책사회팀장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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