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돼지고기와 중국정치

2018-11-28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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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동파육’(東坡肉)이란 요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당송(唐宋) 8대가 중 한명인 북송의 문인 소식(蘇軾)의 호 동파거사(東坡居士)에서 유래된 것이 바로 ‘동파육’이다.

미식가로 알려진 소동파는 저육송(猪肉頌)이라는 글을 남길 정도로 돼지고기를 좋아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소동파뿐이 아니다. 전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 이상(55%)을 중국인들이 먹어치운다. 그 정도로 중국인들은 돼지고기를 좋아한다.

말하자면 돼지고기는 중국인들에게 주식과 다름없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다. ‘돼지고기와 곡식이 천하를 편안케 한다’는.


돼지고기 값 안정은 그러므로 중국의 치자(治者)에게는 고래부터 기본 필수과제다. 그 돼지고기 소비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연간 중국인들의 1인당 평균 섭취는 40kg 정도로 70년대 말에 비해 다섯 배나 늘었다.

돼지고기 값 안정은 그만큼 중국에서 경제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아주 민감한 문제가 됐다. 돼지고기의 가격 변동은 부동산, 주식시장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등 중국 거시경제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현 공산당 정부로서는 더 더욱 말할 나위가 없다.

‘돼지고기 값이 싸야 천하가 안정된다’-. 때문에 중국당국은 5억 마리가 넘는 돼지를 일종의 정치적 전략자산으로 간주, 해외에서 값싼 사료를 수입해 가격 안정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그 못 말리는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사랑- 이는 ‘국제사회의 공적(公敵)’이 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지적이다. 돼지사료 용 곡물재배를 위해 아마존의 삼림이 마구 훼손되고 있고 이는 전 세계적인 환경파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내 돼지 사육 과정에서 나오는 한해 수십억t의 각종 폐기물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돼지 사육 폐기물에서 나오는 메탄과 이산화질소는 일반 이산화질소에 비해 온실효과가 300배 이상 더 강하다는 것.

중국의 돼지고기 안정화 전선에 그런데 이상이 발생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이 번져가고 있다. 백신도 없다. 걸렸다 하면 치명적이다. 그 ASF가 무서운 속도로 중국의 농가를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랴오닝성의 선양에서 지난 8월초 처음으로 발견된 ASF는 3개월여 만에 랴오닝성 기준 60%이상 확산됐고 수천 km 떨어진 장쑤, 허난성 등지에서도 발견되는 등 중국 전역으로 번져가고 있다.


ASF 확산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인 중국에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사이언스 매거진의 경고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사료 값 앙등과 함께 들먹이던 돼지고기 값은 벌써부터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ASF 확산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으로 이로 인한 돼지고기 값 폭등은 중국 식품 값 전반에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불러와 자칫 정치, 사회적 이슈로 비화할 수도 있다.” 아시아타임스지의 지적이다.

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중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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