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0년 조사위 보고’

2018-11-24 (토)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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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화해무드가 온탕냉탕을 들락날락하는 요즘 실수와 판단착오로 인해 미국과 북한 간에 핵전쟁이 벌어지는 내용의 흥미진진한 책을 읽었다.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세계적 권위자 중 한 사람인 제임스 루이스가 쓴 ‘북한의 대미 공격에 관한 2020년 조사위 보고’(The 2020 Commission Report on the North Korean Attacks Against the United States)다. ‘상상해본 소설’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둘 다 예측 불허한 사람들이 통치자로 있는 핵보유국인 미국과 북한 간에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다룬 것이어서 사실감이 절실하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보고 교훈으로 삼을만한 책이다.

사흘 동안 벌어진 양국 간의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은 총 300여만 명이고 부상자는 800여만 명에 이른다. 이들 중에는 미국과 북한 간에 전쟁이 나면 거기에 끼어들지 않을 수 없는 한국과 일본의 사상자가 포함된다.

마치 007소설을 읽는 듯한 스릴과 긴장감에 블랙 코미디 분위기마저 갖춘 이 소설은 미국과 북한 간의 핵전쟁 직전 상황과 전쟁발발 그리고 그 후유증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지도자들의 판단 착오와 우발적 충동심이 인류의 참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이기도 하다. 특히 책은 트럼프의 북한에 대한 무지와 대북 관계에 관한 어리석은 낙관과 판단의 오류 및 즉흥적 행동을 비판하고 있는데 그래서 책에서 트럼프는 이 보고서를 ‘마녀 사냥’이며 ‘가짜 뉴스’라고 반박하고 있다.


책은 핵전쟁과 그 후유증을 다뤘다는 점에서 같은 내용을 다룬 영화와 TV드라마인 ‘온 더 비치’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및 ‘더 데이 애프터’를 생각나게 만드는데 그 현실감과 함께 재미 있는 내용과 쉽게 진행되는 서술로 인해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2020년 3월 21일 한반도 위의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한국 부산의 김해국제공항에서 부산(BX) 411편을 탄 288명의 승객들 중 그 누구도 이 비행이 대참사의 비행이 되리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288명 중 절반가량이 몽고의 자매학교를 방문하러 가는 부산중학교의 어린 학생들이었다.

비행기가 이륙한지 얼마 안 돼 계기고장으로 비무장지대로 넘어서자 북한 측의 공격을 받고 추락한다. 북한 측이 이 여객기를 격추한 이유는 그 동안 미 폭격기가 훈련을 빙자해 자주 비무장지대에 근접 비행하는 신경전을 벌인데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북한 측은 여객기를 이번에도 훈련을 빙자해 접근하는 미 폭격기로 오인한 것이다.

여객기 격추 소식을 접한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참모회의를 열고 대 북한 미사일 공격을 명령하는데 그가 북한과의 전쟁 불사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세월호의 참사와 그 후유증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한편 김정은은 한국이 미국의 동의 없이 자기를 공격할 리가 없다는 판단 하에서 보복으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괌의 미국기지를 향해 핵 공격을 감행한다. 이 때 트럼프는 플로리다주의 마-라-라고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보고서는 북한의 핵 공격 생존자들인 서울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도쿄의 소방서장 그리고 부산의 한 여의사의 중언을 토대로 핵의 재앙을 상세히 보여준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정부 중앙청사로 피신했다가 핵폭탄을 맞으면서 사망한다.

이어 김정은은 트럼프가 자기를 죽이겠다고 작심한 것으로 판단, 미국에 대한 핵 공격을 지시한다. 3월 22일 새벽 총 13개의 핵탄두를 적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4와 15호가 발사된다. 이 들이 미 본토까지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총 40여분.

공격 목표는 진주만과 샌디에고와 워싱턴 D.C. 그리고 9/11 때 부시가 피신했던 루이지애나주 슈레비포트의 박스데일 공군기지(트럼프도 이리로 피신하리라는 예측에서)와 뉴욕과 마-라-라고. 핵미사일이 북한을 떠나 미 본토에 떨어지기 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지속되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13개중 6개는 불발탄인데 미사일은 백악관은 빗겨가나 뉴욕의 맨해탄에 명중, 당시 트럼프타워에 있던 퍼스트 레이디 멜라니아가 즉사한다.

북한 측 공격에 뿔이 난 트럼프는 김정은이 중국의 허락 없이 미국을 공격할 리가 없다고 판단, 북한과 중국을 상대로 핵 공격을 결심한다. 그러나 트럼프의 참모가 핵 공격을 지시할 수 있는 코드가 있는 가방 ‘풋볼’을 트럼프로부터 가로채 이를 저지한다. 이어 트럼프는 오마하주 네브라스카의 미 전략사령부 지하벙커로 피신하기 위해 전용기에 오른다. 트럼프는 비행기 창밖으로 플로리다에 떨어진 핵폭탄이 만들어낸 치솟는 불덩이를 보면서 “진짜 아름답네”라고 찬탄한다.

이어 미 공군의 북한에 대한 공중 폭격과 김정은 제거를 위한 특공대를 포함한 미군 지상공격이 벌어지면서 북한군은 궤멸한다. 김정은은 묘향산의 벙커로 피신했다가 특공대가 들이닥치기 직전 자살한다. 그리고 트럼프는 상원 덕분에 간신히 탄핵을 면하고 재출마를 포기한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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