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좌파의 트럼프 사랑

2018-11-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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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좌파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은 누굴까. 부동산 투기로 많은 돈을 번 사람, 하청업자에게 갑질을 일삼으며 돈을 떼어먹는 사람, 가난한 학생들에게 돈 버는 법을 가르쳐준다며 사기를 친 사람, 돈과 지명도를 앞세워 수많은 여성들을 성추행하고 이를 자랑스럽게 떠벌이는 사람, 아마 이런 사람이 아닐까.

그러나 이런 짓을 모두 저지르고도 한국 좌파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다. 작년 CNN과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러시아의 푸틴이 정적과 언론인을 죽인 살인범이 아니냐고 묻자 트럼프는 “살인범은 많다. 우리는 깨끗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미국 대통령이 정적 살해와 언론인 탄압을 일삼는, 사실상 푸틴 독재체제인 러시아와 미국을 동일시한 것이다. 이 뉴스가 나가자 한국 좌파는 “장사꾼 트럼프가 미국 실상을 똑바로 본다”며 환호했다.


이들의 트럼프 사랑은 지난 6월 트럼프와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더욱 깊어졌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지만 한국 좌파야말로 트럼프와 사랑에 빠진 모양이다.

이들의 트럼프 편애는 최근 터진 북한 미사일기지에 관한 전략 국제문제 연구소 보고서 뉴스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뉴욕타임스는 12일 이 보고서를 인용, “북한이 숨겨진 기지에서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북한이 거대한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가 터지자 한국의 좌파 매체들은 이것이 과장과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정은은 동창리 엔진 시험장을 폐쇄하겠다는 약속은 했지만 이 기사에 실린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목 기지를 없애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또 핵과 미사일 신고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미신고 기지”로 부르는 것도 맞지 않다는 논리를 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이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일부 좌파 매체들은 이 보고서를 만든 연구소가 일본과 미 군수업체의 자금을 받았다느니,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빅터 차가 엉터리 북한학자라느니 하면서 인신공격에 가까운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이 싱가포르 회담 이후에도 핵무기 소형화와 미사일 개발작업을 중단하지 않고 있음은 한국과 미국 군사정보 당국이 모두 인정하고 있는 바다. 이는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 왔다는 문재인이나 북핵 위협이 해결됐다는 트럼프 주장과 배치된다. 핵과 미사일 개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 위협이 사라졌고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 기사가 터지자 트럼프는 “가짜 뉴스”라고 트위트를 날렸으며 한국 좌파들은 일제히 “트럼프가 옳다”고 그를 옹호했다. 한국의 좌파들이 미국의 대표적 리버럴 신문인 뉴욕타임스를 매도하고 자기한테 불리한 것은 모두 “가짜 뉴스”라고 부르는 트럼프를 감싸는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다.

빅터 차는 청와대 발표가 있은 후 “한국이 어떻게 북한의 미공개 미사일기지를 변호할 수 있는가”라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많은 미신고 기지에서 미사일과 핵 개발을 계속하면서 동창리와 영변 등 한 두곳 폐쇄 쇼를 벌이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이 할 짓인가 아닌가. 한국의 좌파들은 김정은 대변인 노릇에 급급하기 앞서 상식과 이성을 갖고 한국안보를 걱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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