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제는 경제가 아니야(?)

2018-11-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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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562,000. 무엇을 나타내는 수치일까. 대기업에서 영세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미국 내 각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숫자다.

1억5천656여만의 고용인구. 이는 사상최고 기록이다. 이와 동시에 10월의 실업률은 3.7%에 머물렀다. 히스패닉 계 실업률은 4.4%, 흑인계는 6.2%를 각각 마크, 미국경제는 완전고용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 통계가 발표된 날은 11월2일이다. 그러니까 중간선거 나흘 전. ‘지속적 호조를 보이고 있는 미국경제’-. 두말 할 것도 없이 트럼프와 공화당으로서는 천군만마 격의 굿 뉴스였다.


투표 결과는 그러나 공화당 판정패다. 연방상원 의석수는 늘렸지만 하원에서는 다수당 자리를 내줬다. 중서부 지역에서도 전패하다시피 했다. 게다가 미국정치의 미래 파워인 영 제네레이션이 민주당 성향임이 이번 중간선거 결과 드러난 것.

‘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빌 클린턴의 선거참모 제임스 카빌이 만들어낸 슬로건이었던가. 이 슬로건이 그만 무색해지고 만 것이 올 중간선거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경제가 아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도 이미 부분적으로 드러난 사실이다. 투표결과 그 여론조사가 틀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니까 경제보다 정치, 사회적 이슈가 선거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정치판을 흔드는 단어는 아이덴티티(정체성)다.”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지적이다.

사람들은 종교, 인종, 교육수준, 성별 등에 따라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는다. 경제적인 이득보다 자신들의 존엄성과 품위를 손상시키는데 분노하고 정치적 행동으로 옮긴다는 거다.

이런 분노감을 이용한 정치가 트럼프 정치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그 역작용 현상이 아닐까. 일부에서의 분석이다. 트럼프의 막말, 상식 이하의 행보가 큰 영향을 줘 호경기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패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판은 그렇다고 치고, ‘It’s the economy, stupid’는 한국에서도 통하지 않는 슬로건이 되고 말까. 아니, 정반대일 것이라는 것이 국내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경제가 좋아지는 것은 잘 체감이 안 된다. 나빠지는 것은 바로 느낀다. 한국의 다음 선거는 2020년 4월 국회의원선거다. 1년5개월이 남았다. 지금의 문재인 정부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 한국경제가 망가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니….

거기에 또 하나. 트럼프 분노의 정치의 역작용 현상 같은 것이 한국정치에서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한때 70%대를 마크하는 등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꽤 오랫동안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적폐청산과 북한, 이 두 가지 카드를 적절히 사용한 결과다.

적폐청산이라는 단어에, 북한, 혹은 김정은이란 단어에 그런데 사람들은 점차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그 피로감이 만연한 상태에서 경제는 완전히 망가진다. 그럴 때 어떤 상황이 올까.

‘It‘s the economy, stupid’- 만고의 진리라고 하면 지나치지만 ‘헬 조선’의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슬로건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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