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중고’ 에 신음하는 캘리포니아 낙농가들

2018-11-12 (월) LA타임스 본사특약
작게 크게

▶ 중국·멕시코 보복관세로 분유 등 수출‘뚝’, 환경규제 많은데다 일손 구하기도 힘들어져

▶ 연방정부 구제기금 미미… 낙농가 잇단 폐업

‘이중고’ 에 신음하는 캘리포니아 낙농가들

캘리포니아 털록에 소재한 로버트 지올레티의 농장 젖소들이 우유룰 짠 후 축사로 돌아가고 있다. [LA타임스]

“5~6년 전에 정점을 찍었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이다.” 중가주에서 4대 째 낙농업을 해오고 있는 데빈 지올레티는 캘리포니아 낙농업의 과거와 현재를 이렇게 요약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최대의 낙농주이다. 그가 언급한 시기는 낙농업이 아직 성장하고 우유가격은 오르고 있던 때다. 그의 농장이 젖소를 늘리고 새로운 설비에 투자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크게 다르다. 그의 농장을 포함한 낙농업은 우유가격이 정점에 달했던 2014년 이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후 유유가격은 평균 3분의 1 하락했다. 생산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금년 봄 다시 우유가격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곧 관세가 엄습했다.

7월부터 멕시코와 중국은 트러프 관세에 맞서 미국산 낙농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시작햇다. 미국 낙농가들의 가장 큰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던 중국은 거의 모든 낙농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압박하기위해 트럼프가 부과한 관세에 맞서 멕시코도 미국산 치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무역협정 일부가 재협상 됐음에도 관세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낙농업자들은 자신들과 전혀 관계없는 전쟁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며 좌절감을 나타내고 있다. 위스콘신이 ‘미국의 낙농지역’으로 불리지만 실질적인 제1의 낙농 주는 캘리포니아다. 젖소 수와 생산량이 가장 많다. 캘리포니아 낙농가들은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중국 등 아시아 시장 개척에도 초점을 맞춰왔다.


캘리포니아 낙농연구소의 레이첼 캘도어 사무국장은 “20년전 만 해도 낙농시장은 거의 국내시장에 한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생산량의 3분의 1이 해외로 수출된다. 하지만 이런 구조 때문에 관세에 취약하게 됐다고 캘도어는 설명했다.

한 낙농업 전문가도 “우리는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오래 노력해 왔다”며 낙농업자들은 해외시장으로부터 봉쇄당할 경우 유럽과 호주, 그리고 뉴질랜드의 경쟁자들에게 시장을 빼앗기게 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 시장을 빼앗기면 이를 되찾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 최대이자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낙농 협동조합인 ‘캘리포니아 낙농가 잉크’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 협동조합의 부회장인 롭 반덴허이벨은 “금년 중반 이후 중국에 어떤 물건도 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유의 전체 매출 가운데 6~9% 정도가 사라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중국 매출은 0가 됐다”며 한숨지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상황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올 여름 백악관은 관세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가들 지원에 총 120억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지출을 위해 배정된 액수는 현재까지 47억달러이며 이 가운데 전국 낙농가들을 위한 액수는 단 1억2,700만달러에 불과하다. 캘도어는 “이 정도로는 잃어버린 시장을 복구하는 데 너무 미미하고 관세로 인해 올해 낙농가들이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15억달러 피해에 턱도 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농가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낙농가들의 어려움은 한층 더 크다. 가축을 돌보는 것은 농작물 돌보는 것보다 더 세심한 손길이 요구된다. 농작물 관련 환경규제 외에도 낙농가들은 소들의 소화과정과 배설물 퇴비화 고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관련 규정, 그리고 지하수 사용량 규제 등으로 비즈니스에 애로를 겪고 있다.

여기에 더해 노동력 부족도 심각하다. 정부의 이민단속도 단속이지만 건설현장의 노동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농장에서 일할 일손 구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지올레티는 인부들에게 무료 주거를 포함, 시간 당 12달러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 농지 문제도 있다. 농지는 최근 남가주의 주택단지 개발로 농지 또한 크게 상승해왔다. 알몬드 같은 고부가 농작물들이 각광 받으면서 많은 낙농장들이 이런 농작물 재배로 전환하고 있는 실정이다. 캘리포니아의 낙농가는 지난 2017년 말 현재 1,331개로 줄어들었다. 2012년만 해도 낙농가는 거의 1,600개에 달했다. 이 숫자는 올해 말까지 1,300개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 낙농업자들이 모이면 넘버 원 화제는 단연 유유가격이다. 우유가격이 형성되는 방식은 소름이 끼친다. 낙농가들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시카고 선물시장의 다양한 상품들의 의해 결정된다. 버터와 분유, 치즈, 유장 등이 그것이다. 이 제품들 가운데 하나의 가격 변동은 전 제품들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지올레티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낙농업자들에게 문제가 돼 온 것이다.

멕시코의 보복관세는 기본적으로 치즈에 대해서만 부과됐다. 협동조합에서는 치즈를 생산하지 않는다. 하지만 치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다른 구성요소 제품들의 가격 또한 하락해왔다. 협동조합의 주요제품인 분유의 60%정도는 수출된다. 대부분이 멕시코로 향한다. 멕시코로의 선적량은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치즈가 관세의 영향을 받으면서 낙농가의 가격 전체가 압박을 받게 된다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100파운드 당 캘리포니아 낙농가들에 지급되는 돈은 2017년 16.50달러였다. 그러나 금년 들어 더욱 낮아졌다. 그러다 지난 봄 다시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한 낙농업자는 “당시 생산업자들이 들떴다”고 말했다. 하지만 “5월 말부터 시작된 무역대상국들과의 관계악화는 이런 낙관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복관세가 부과된 여름부터 가격은 침체에 빠졌다. 7월에는 100파운드 당 13.89달러로까지 떨어졌다. 이후 약간 올라 10월 15.04달러가 됐다. 업자들은 지금으로선 이것이 가장 높은 가격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캘리포니아 낙농가들의 생산가격은 100파운드 당 평균 17달러 정도이다. 이 적자폭을 생산량으로는 메울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LA타임스 본사특약>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