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퇴 후 살기 좋은 곳

2018-11-05 (월) 박혜서 / 전 소노마 한국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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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마을은 라센 볼카닉 국립공원 기슭에 위치한, 비교적 한적한 곳이다. 새크라멘토강 상류 쪽이라 공원이 많은데, 그중 터들베이 탐험공원과 레마 목장공원은 은퇴한 남편과 내가 즐겨 찾는 곳이다.

터들베이 탐험공원은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인 해시계 다리로 유명하며 그 양쪽에 박물관과 맥코넬 수목원이 있어 볼거리가 많다. 남편과 나는 주로 반짝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2.4마일 산책로를 걷는다. 새크라멘토 강과 그 주변의 광대한 경치를 감상하며 우리 부부는 행복에 젖는다. 요즘 산책로에서 도토리가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모자나 어깨 위로 “툭툭”하고 떨어져 주는 행운도 만난다.

레마 목장공원에도 5개의 호수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그곳은 야생오리, 거위와 수많은 새의 보금자리이자 물새들의 천국이다. 이 공원은 산책길도 아름답지만 해마다 마을사람들에게 감을 나누어주는 농장이 있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준다.


처음에 이곳으로 세 가정이 이사를 왔다. 소노마 한국학교 교장으로 있을 때 형제처럼 지내던 이들이다. 오랜 공직생활을 은퇴하고 어렵사리 찾아낸 살기 좋은 이곳에서 모두 마음에 맞는 집을 짓고 꽃과 과일, 채소를 심고 가꾸며 지냈다. 세 가정 부부가 함께 숲속의 강과 호수를 따라 노래와 이야기를 나누며 은퇴 생활을 즐겼다.

그런데 2년 전, 연장자인 가정이 LA 딸네를 다녀온 후 딸네 가까이 가겠다고 하며 정성 들여 가꾼 집을 팔고 오렌지카운티로 이사를 했다. 그러더니 올봄에는 막내인 가정도 헤이워드의 딸네 가까이 이사를 했다. 아무래도 은퇴 후 가장 살기 좋은 곳은 딸네와 가까운 곳이 아닐까 싶다.

<박혜서 / 전 소노마 한국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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