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준법경영’ 만이 살 길

2018-11-02 (금) 구성훈 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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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고용주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먹고 살기위해 비즈니스를 시작했는데 툭하면 노동법과 관련된 이슈가 불거져 나와 갈 길 바쁜 업주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가주노동청이 공개한 지난 2015~16년 노동법 단속 통계에 따르면 총 2,072건의 주내 노동법 위반 사례 중 가장 많은 위법행위가 발생한 분야는 바로 ‘종업원 상해보험’(워컴)이다.

총 859건의 벌금 통지서가 발부돼 가장 많았으며 벌금 부과 액수만도 927만8,262달러에 달했다. 워컴은 업무상으로 발생한 종업원의 사고에 대한 의료비 및 보수 상실에 대한 보상을 받는 보험이다. LA 한인 보험업계에 따르면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인들에게 워컴은 항상 민감한 이슈이다.


가주의 높은 워컴 보험료에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보니 워컴 보험료 부담이 계속 늘어나 수입을 갉아먹는다는 이유로 워컴에 가입하지 않는 사례가 스몰 비즈니스들 사이에서 비일비재하다. 가주법상 임시직이든, 파트타임이든, 인턴이든 관계없이 단 1명의 직원을 채용하더라도 고용주는 반드시 워컴에 가입해야 한다고 노동법 변호사들은 강조한다.

“설마 내가 단속에 걸릴까”라는 안이한 태도로 워컴에 가입하지 않았다가 직원이 근무도중 다치기라도 하면 클레임이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민사소송까지 당할 수 있어 업주 입장에선 재기불능의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노동법 변호사들에 따르면 식당, 리커스토어, 세탁소 등 LA 지역 중소 규모 한인업체 10곳 중 2곳은 직원들에게 워컴을 제공하지 않을 정도로 노동법 위반행위가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가주노동법상 일주일 이상 근로자가 워컴에 가입되어 있지 않을 경우 직원 1명 당 1,5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사실 스몰 비즈니스 업주가 워컴 가입을 꺼리는 것이 이해는 간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불황에 매년 최저임금과 렌트비까지 인상되며 사업체를 유지하기조차 힘든 마당에 워컴 보험료까지 부담해야 하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지난 9월 제리 브라운 가주 주지사가 서명해 2019년부터 발효되는 새로운 노동관련 법도 고용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이 법은 앞으로 트럭운전사를 고용하는 운송업체의 노동법 위반에 대해 해당업체로부터 물품을 배달받는 소매체인 등 원청업체에게도 공동의 책임을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이다. 다시 말해 하청업체가 노동법을 위반하면 비즈니스 관계를 맺은 원청업체도 철퇴를 맞는 셈이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겠지만 법과 정책이 수시로 바뀌면서 노사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노동법은 대체로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많은 근로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어 고용주들은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일일이 법을 지키면서 비즈니스를 하면 남는 것이 없다는 이유로 워컴에 가입하지 않는 등 노동법을 위반하면 한 두 번은 조용히 지나가겠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KO 펀치’를 맞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한인 고용주 중 상당수는 노동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즈니스를 위해 근로자를 고용했으면 이에 관한 규정들을 알고 이행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말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지만 고용주가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노동법이라고 생각된다. 노동법을 지키지 않고 사업을 하면 처음에는 달콤하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독이 든 꿀’을 먹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노동법 준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노동법 준수에 앞장서야 할 사람은 당연히 사업주이지만 커뮤니티 차원에서 비즈니스들이 노동법을 준수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요 한인 경제단체들도 밥 먹고 헤어지는 무의미한 모임을 반복할게 아니라 수시로 고용주 대상 노동법 세미나를 열어야 한다.

‘준법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그것만이 커뮤니티로부터 사랑 받는 영속업체가 되는 지름길이다.

<구성훈 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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