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닮고 싶은 선생님

2018-10-29 (월) 김미혜 / 한국학교 교사
작게 크게

▶ 단 상

우리 집 첫째의 꿈은 선생님이다. 유난히 어린아이들을 좋아하는 딸은 어느 모임을 가든지 먼저 아이들과 친해지는 재주가 있다. 집에는 첫째가 5살 때 사주었던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이라는 책이 있다 .새해 첫날이 되면 아이들은 책에 자신의 꿈을 기록하는 시간을 갖는다. 동생들처럼 몇 번 꿈의 목록이 바뀔 법도 한데 첫 꿈을 적은 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하나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딸에게 꿈을 선물해주신 선생님이 계신다. 노숙자 구제 사역을 하셨던 선생님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셨다. 사람의 눈만 봐도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일 때가 있다. 그 시절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선생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토해내기 바빴다. 어린아이들이라도 인격적으로 대해주시는 선생님을 만난 것은 아이의 꿈을 키워주는 축복이 되었다.

내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공부를 잘 가르치신 선생님도 계시지만 그보다는 나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신 선생님인 경우가 더 많다. 잘할 때 인정받았던 기억보다는 나의 부족함을 아시고 격려를 해주셨던 일들이 나에게는 더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책 밖의 세상을 정말로 보여줄 수 있는 선생님이야말로 내가 진짜 닮고 싶은 선생님이다.

다시 한글학교가 시작되었다. 자료를 찾고 수업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면서 깨달아지는 것은 아이들을 자라나게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사랑의 힘이라는 것이다. 열린 마음과 열린 시선으로 아이들을 더 넉넉하게 안아주어야겠다.

<김미혜 / 한국학교 교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