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교황 방북의지 확고… 차분히 준비해야”

2018-10-24 (수)
크게 작게

▶ 유흥식 주교, 교황-문 대통령 면담 곁에서 지켜봐

▶ “교황, 한국이 아시아 가톨릭 이끌어 나가길 소망”

“교황 방북의지 확고… 차분히 준비해야”

프란치스코 교황과 유흥식 주교가 지난 18일 교황청에서 나란히 걷고 있다.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제공>

“가까이서 지켜본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북 의지가 확고하다는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이제 교황의 방북을 실현시키기 위해 차분히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한국 가톨릭계에서 교황청 사정에 가장 밝은 것으로 평가되는 유흥식 주교(67·대전교구장)가 지난 18일 이뤄진 프란치스코 교황과 문재인 대통령의 면담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소회와 향후 교황의 방북에 대한 전망 등을 밝혔다.

유 주교는 22일 교황청 경내 교황 처소인 산타 마르타에서 연합뉴스와 한 단독 인터뷰에서 “교황과 문 대통령의 면담이 있던 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교황과 마주쳤다”며 “다른 나라 주교가 교황에게 ‘북한을 정말 가신다고 했느냐’고 물었는데, 이에 대해 교황이 밝은 표정으로 대답하시더라. 교황의 방북 의지가 확고함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장도 겸하고 있는 그는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그때부터 비로소 교황의 방북을 위한 준비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3일 개막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이하 주교 시노드)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명한 대의원 자격으로 참여 중인 유 주교는 지난 달 28일부터 산타 마르타에 체류하며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 교황과 문 대통령과의 면담 등의 사전 정지 작업을 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주교 시노드는 전 세계의 주교 대표들이 3~4년에 한 번씩 모여 교회의 중대 현안을 논의하는 교황청의 가장 큰 행사로, 올해는 세계 각국에서 250여 명의 주교가 자리를 함께 한 가운데 진행 중이다.

유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해인 2013년 10월, 교황에게 이듬해 8월에 대전에서 예정돼 있던 가톨릭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보냄으로써, 교황의 한국 방문의 단초를 마련한 이래 교황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유 주교는 이날 인터뷰에서 “교황은 즉위 이후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한 첫 순방지로 한국을 택할 만큼 한국에 대한 사랑이 크신 분”이라며 교황이 방북까지 여러 난관이 있을 것이란 짐작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전달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사실상 수락한 것은 한국에 대한 이런 애정과 관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교황의 방북이 실제로 이뤄지기까지는 면밀한 준비와 관련국 간의 철저한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교황이 무조건 방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표현하고 있지만, 무조건이라는 말은 맞지 않아요. 교황이 어느 지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실무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북한의 경우에는 더군다나 가톨릭 주교가 없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양쪽이 협의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할 것이라 봅니다.”


유 주교는 교황이 내년 5월에 중국과 일본을 묶어서 북한까지 가는 동북아 순방에 나설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근거 없는 소설이 난무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교황의 방북 시기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교황이 북한이 초청장을 보내주면 가겠다는 뜻을 전달했으니, 이제 문 대통령이 북한에 교황의 이런 의중을 전달하고, 북한이 교황에게 정식 초청장을 보내야 교황 방북을 위한 실무적인 협의가 비로소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유 주교는 “교황의 방북 시기를 억측하는 것은 일의 성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교황청과 교황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필요한 단계를 밟으며, 차분히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