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말 나아졌을까요

2018-10-22 (월) 12:00:00 이수연 / UC버클리 학생
크게 작게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과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종종 사람들은 질문을 던진다. “사실 요즘 시대에 평등을 주장할 필요가 있나? 예전과 비교했을 때 훨씬 여성들의 삶이 나아졌잖아요. 여자 대통령이 당선됐기도 하고.” 그리고 덧붙여 질문하기도 한다. “만약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아 같은 급료를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벌지 못한 돈은 남성에게서 충당하잖아요?”

말도 안 되는 질문은 무시하고 내 갈 길 가겠다는 태세를 취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억지스러운 물음들이 연달아 계속되면 나도 사람인지라 화가 난다.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말은 정말 말 그대로 나아지기만 한 것이다. 불공평한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가 문제점으로 대두된 것일 뿐 실질적으로 해결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급여 차이는 그 차이가 작든 크든 분명히 존재한다. “여자 대통령까지 당선됐었으니 평등은 거의 이룩된 것이 아닌가?”라는 말은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모든 흑인 인권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식의 바보 같은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여성들이 지위가 낮아 급료를 적게 받는다 해도 남성에게서 충당하고 있지 않느냐”는 발언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진 여성 혐오 중의 하나일 것이다. 여성 혐오라는 단어가 세서 ‘나는 여성을 혐오한 적이 절대 없어’라고 생각하겠지만 장애인에게 직접 해를 가하지 않고 피하거나 꺼리는 것만으로도 장애인 혐오로 간주하듯, 혐오란 그저 미워하고 꺼린다는 것이다.

관습적으로 남성이 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것에 대해서 억울함을 느끼는 것이라면 구조를 함께 바꾸면 된다. 남성들 기준에서 여자가 자기에게 이득을 취하는 게 못마땅하다면 여자를 혐오하기 전에 이득을 굳이 취하지 않아도 되는 동등한 구조로 바꾸면 되는 것이다.

이런 사소한 관점들이 하나하나 대립하고 있다는 것은 여성의 삶이 한층 더 개선돼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수연 / UC버클리 학생>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