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비 키스

2018-10-20 (토) 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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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희수를 시집보냈다. 갓난아이를 품고 안락의자에 앉아 있으면 따뜻한 체온에 나는 꿈나라로 갔다가, 배 위에서 발버둥을 치는 아이의 울음소리와 아내의 야단에 깨곤 했었다. 그때의 행복감이란.,.

딸은 첫째 아이라서 그런지 자라면서 의젓하고 생각이 깊었다. 나보다도 어른스러울 때가 있어 항상 조심하며 이야기 하곤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부로 대학을 갔을 때 딸을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내는 줄곧 울었다. 그 때부터 우리는 딸아이를 독립시키는 연습을 한 것 같은데도 아이가 시집을 간다니 마음이 매우 착잡했다.

결혼을 앞두고 아빠와 딸의 댄스를 해야 된다고 하여 안 해보던 댄스교습을 받으면서 노래를 골라보았다. ‘Butterfly Kisses - 나비 키스’라는 노래가 많이 불려 진다고 한다.
“코나 볼에 살짝 해주는 입맞춤”의 나비 키스 노래가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아빠의 딸 그녀는 하늘이 보내준 천사임에 틀림이 없어요. 침대 옆에서 무릎 꿇고 기도해주고 살짝 나비 키스를 하였지. 나는 실수와 잘못한 것이 무척 많았지만, 아침마다 안아 주고 밤바다 나비 키스를 해 주는 딸을 생각하면 무엇인가 잘했음이 틀림없어.” 나도 희수의 입맞춤이 무척 그리워진다.

결혼식은 딸이 원하는 대로 필라델피아에서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들이 간섭할 여유도 주지 않는다. 피로연에서 신부아버지 인사말을 할 때 하객들에게 감사인사를 한후 희수에 대한 재미있는 기억들을 나누었다.

<희수가 4살쯤 되었을 때 바람이 몹시 부는 날 희수를 돌보아 주시던 지인 할아버지와 유치원에 가고 있었습니다. 걸어가는데 바람이 점점 세차졌습니다. 그러자 희수는 저 자신보다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어서 외쳤답니다, “할아버지 내 손을 꽉 잡아, 그래야 바람에 날라 가지 않아!”

희수가 5살쯤 될 때 온 식구가 한국에 외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러 갔습니다. 하루는 외할아버지와 손잡고 산보를 나갔던 희수가 앞의 어른이 지팡이를 짚고 가시는 것을 보고 외할아버지께 말했죠. “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나이가 더 많아지면 내가 지팡이 사 줄게.”

할아버지는 지금도 그 대화를 기억하시며 어쩜 애가 그렇게 사려 깊고 사랑이 많으냐고 하십니다. 6살 경이었을 겁니다. 희수가 집에서 놀다가 그만 벽난로에 부딪쳐 이마가 약간 찢어지고 말았죠. 그때 집에 마침 봉합기구는 있었는데 국부마취제 리도케인은 없었어요. 아이에게 꿰매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국부마취 없이 하겠냐고 물었더니 용감하게도 고개를 끄덕이더라고요. 제가 찢어진 이마를 꿰매는 동안에 소리도 내지 않고 몸도 움직이지 않는 아이를 보고 약간 놀랬습니다. 다행히도 이마는 흉터 없이 잘 나았습니다.

희수야, 엄마와 나는 네가 항상 자랑스러운 딸이었고 이제는 훌륭한 신부가 되었음에 감사한다. 너는 언제나 지혜롭고, 용감하였고, 사려 깊은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기에 새로운 가정에서 하나님의 축복의 통로가 될 것을 확신한다. 그리고 현명하고 사랑스러운 아내가 되기를 기도한다.

존, 우리 사위가 되어주어 고맙네. 우리가 자네를 안 시간은 길지 않지만 희수가 너에 대해 이야기하는 첫 순간부터 자네가 나의 딸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길,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하였다네. 몇 번 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자네의 좋은 성품과 장점들을 벌써 볼 수 있으니 희수가 왜 존과 사랑에 빠져서 한평생을 살기로 결정했는지 알겠네. “존과 희수” 이제 남편과 아내로서, 하나님이 너희를 사랑하신 것같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라.>

그리고 연이어서 나는 기도를 했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를 축복해주시기를 원하시는 주님, 이 젊은이들이 서로 사랑하고 여러분들 앞에서 서로 서약하게 하여주시니 감사합니다. 두 사람을 축복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들이 받은 재능, 재물, 영적인 유산들이 자신들 뿐 아니라 이웃을 더욱 풍성하게 섬기며 하나님의 사랑을 많이 나누는데 사용하게 하여 주소서!”

<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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