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저스와 류현진의 기적

2018-10-12 (금) 박흥률 부국장·편집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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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는 LA시민들에게 단순한 스포츠팀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하나의 문화다. 한인들에게도 박찬호, 최희섭, 서재응, 류현진의 활약으로 인연이 깊은 팀이다.

다저스는 지난 1988년 골리앗으로 여겨졌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상대로 발을 절뚝거리는 커크 깁슨을 타자로 내세워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9회말 ‘기적’같은 역전 홈런으로 5-4로 승리해 미 야구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스포츠사에 영원히 남을 극적인 대미를 장식하면서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전설이 있다. 당시 월드시리즈에서 다저스는 오렐 허샤이저라는 불세출의 투수가 맹활약을 펼쳤지만 전체적인 전력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비하면 약체로 평가됐다.

깁슨은 당대 최고의 마무리였던 오클랜드 데니스 에커슬리의 공을 우측 담장으로 넘겨 다저스는 완전히 기선을 제압하며 월드시리즈에서 4승1패로 다윗이 골리앗을 넘어뜨린 ‘기적’이 일어났다.


LA다저스가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지도 올해로 정확하게 30년이 지났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7차전까지 가는 용호상박의 대접전을 펼쳤지만 월드시리즈 문턱에서 분루를 삼켰던 다저스는 올해 다시 한 번 월드시리즈 제패를 위한 대결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다저스는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을 보내면서 정규 시즌 마지막 날 콜로라도 로키스와 타이브레이크가 되면서 록키스를 홈으로 불러들여 단판 승부를 펼친 끝에야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타이틀을 6년 연속 따낸 다저스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를 3-1로 제압했으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을 놓고 밀워키 브루어스와 격돌하게 된다. 다저스는 올해 롤터코스터 시즌을 보내며 득점 찬스에 유독 약해 월드시리즈는커녕 플레이오프도 힘들겠다는 냉소적인 비판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류현진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관건이 되는 콜로라도와 샌프란시스코의 원정 정규시즌경기에서 보여 준 완벽한 피칭은 올해 5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와의 경기중 발생한 부상으로 수술을 해 시즌을 거의 날린 선수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괴력을 보였다.

‘먼스터’라는 별명에 걸맞은 피칭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조 3위까지 추락했던 팀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키면서 막판에 기적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안착하는 선봉장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게다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경기 1차전 선발로 나서 다저스가 완승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LA타임스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1차전서 7회까지 완벽한 투구로 팀 승리에 지대한 공을 세운 류현진을 에이스 투수 커쇼가 다정하게 껴안는 모습의 사진을 지난 5일자로 크게 실으면서 ‘It’s a miracle that Ryu is pitching at all(류가 피칭한 자체가 기적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류현진에 대해서 박한 평가를 내려왔던 타임스는 2015년~2016년의 부상후 수술과 올 시즌중 부상으로 회복이 거의 불가능해 보였던 상황에서 그가 부활하자 다저스 관중들이 “Ry-u!,Ry-u”라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특히 로버츠 감독은 브레이브스와의 1차전 경기에 앞서 류현진을 1선발로 발표하며 류현진이 어깨수술에서 돌아와 포스트시즌 선발로 나선 것이 인상적이라고 그를 치켜세웠으며 “류현진은 부담감을 극복한 선수이며 동료들도 류현진에게 ‘빅게임 피처’라고 한다”며 강한 믿음을 줬다. 커쇼는 브레이브스와의 경기에서 1차전 선발을 류현진에게 양보하고도 2차전에서 더 완벽한 피칭을 선보이며 다저스 부동의 에이스 투수로서 팀의 화합을 보여줬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비정한 법! 당장 중요한 몇 경기에서 실수를 하면 평가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지난 해 기대를 한 몸에 모았던 선발투수 다르빗슈가 휴스턴과의 월드시리즈 3차전과 7차전 경기에서 중요한 고비마다 무너지면서 완전히 곤두박질하지 않았는가?

다저스가 LA타임스 기사의 표현대로 기적처럼 재기한 류현진의 활약에 힘입어 월드시리즈를 30년만에 기적처럼 제패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LA시민뿐만 아니라 류현진을 응원하는 모든 한인 팬들의 염원일 것이다.

<박흥률 부국장·편집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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