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터뷰의 추억 그리고 캐버노

2018-10-02 (화) 한태격 뉴욕평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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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의 추억 그리고 캐버노

한태격 뉴욕평통 위원

성균관 대학교의 은행나무 노란단풍은 한국에서 매우 유명하다. 노란 은행잎 단풍이 온 천지를 물들이고 있던 어느 해 가을, 대학 4학년 졸업반이던 나는 삼성물산에 응시하여 삼성이 소유하고 있었던 성균관대학교에서 필기시험을 치렀다.

그리고 며칠 후 당시 반도호텔 건너 미국대사관 옆 삼성본사 신축건물에서 실시된 면접시험에 응했다. 유교에 바탕을 둔 반듯한 인재관을 중시하던 창업주 이병철 당시 사장은 유명관상가 백운학 씨를 배석시켜 신입사원들을 직접 면접하였다. “기업의 명운”은 사람에게 곧 직원에게 달렸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시공은 바뀌어 무대는 뉴욕 맨해턴 다운타운의 연방수사국 건물. FBI 직원채용 시험에 응시했다. 5시간 가까운 필기시험에 합격한 수험생들은 몇 개월 후 거짓말 탐지기 검사 등을 포함하여 인터뷰에 임해야했다.


FBI 인터뷰는 미국과 외국 즉 필자의 경우에는 한국과 이해가 상충하였을 경우 이 응모자가 미국의 이해를 위해 의사결정을 할 사람인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즉 얼굴은 아시안의 모습이지만 미국인의 사고를 가진 사람인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삼성 이병철 사장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었다. 다만 규모가 다를 뿐이다. 하나는 기업차원이었고 다른 하나는 국가차원이다.

장면은 바뀌어 2018년 9월 하순. 미국이 완전 두 동강 나고 말았다. 정치적으로는 공화당과 민주당, 성별로는 남과 여, 지역적으로는 동과 서 그리고 내륙주로 찢겨지고 갈라져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신직인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한 브렛 캐버노 판사(53)의 36년 전 고교시절 행동이 상원비준 막판에 문제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15살 때 17살인 캐버노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여성이 9월27일 상원법사위 청문회에서 증언하면서 미국은 양분되었다. 물론 보수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하였으니 캐버노 판사는 짙은 보수성향이다.

연방대법원은 중도 진보성향의 앤소니 케네디(82) 대법관이 고령을 이유로 사퇴의사를 밝힘에 따라 보수 대 진보 구도가 새로 지명되는 대법관 한 사람에 의하여 결정된다. 향후 수십년 미국의 가치가 향방을 달리 할 수 있기 때문에 캐버노 지명자 인준여부에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당과 여성계에서 사활을 걸고 있다.

아직은 36년 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크리스틴 블라지 포드 교수의 증언밖에는 없다. 그러나 그녀의 증언은 TV 시청자들은 물론 공화당 상원의원까지 감동시켰다. FBI가 일주일 시한으로 관련 수사를 한 후 상원 본회의에서 인준 투표하는 선에서 정치적 타협을 이뤄내며 양당은 폭발 직전에서 9월 마지막 주를 넘겼다.

10월 초가 하이 눈이 될 전망이다. 드라마 중의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이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는 엄청나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서 부터 국가기관 간의 균형과 견제 그리고 국민들은 어떤 공직자를 원하는지 따라서 부모들은 아들, 딸을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 것인지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는 다양하다.

<한태격 뉴욕평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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