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향이 가까이 오고 있다

2018-09-28 (금) 12:00:00 한성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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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가까이 오고 있다

한성호 목사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리야 … “

이 노래만 들으면 북녘 땅에 두고 온 고향생각으로 눈물이 난다. 그래도 반복해서 듣고 또 들으면서 훌쩍 거린다, 정지용이 1927년에 발표한 시에다 김희갑이 곡을 붙이고 이동원 박인수의 듀엣 열창으로 크게 히트한 ‘향수’의 초반부이다.

노래 한곡에 이렇게 빠져 버리기는 처음이다. 아마도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처음으로 공식 논의되면서 부터였던 것 같다. 헌데 그게 지금 올 것(?)만 같은 느낌이다.


장장 70년 세월의 길고 혹독했던 엄동설한이 끝나고 마침내 남북이 하나 되는 그날이 오면 제일 먼저 달려가 보고 싶은 곳, 내가 유소년기를 보냈던 평안북도 신의주시 미력동이다.

그곳에 가면 어머니 모습을 다시 볼 것만 같은 가물가물한 그리움에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는 향수 때문이다.

어머니는 일찍이 남편을 여위고 청상과부로 살면서 유복자인 나를 누구보다 더 잘 키워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신의주에서 만주 탄둥(安東) 중국만철병원까지 그 먼 50리 길을 압록강 철교 건너며 기차로 출퇴근할 수 있었겠는가.

아들이 입학 적령기가 되자 감히 일본학교를 넘봤을 정도로 용감무쌍 했던 것도 그런 의지 탓이었다. 결국 보기 좋게 낙방한 어린 아들의 맥 빠진 손을 이끌고 어머니는 집사로 봉직하던 신의주 제3 장로교회 부설 삼일학원에 대려다 주었다. 그도 아니었으면 무지렁이 신세가 될 뻔 했었는데,..

압록강 다리 밑에서 첨벙대고, 물 빠진 가을 볏단 사이에서 참게 잡으며, 비만 오면 벌거벗고 뒹굴며 축구로 엉겨 붙었던 수철이, 영식이, 덕만이, 그리고 또 많은 개구쟁이들.

통일이 되면 백두금강 보다 고향에 먼저 가고 싶어 하는 실향민이 어찌 나뿐이겠는가!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한성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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