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뜨거웠던 부동산 시장 ‘변화의 조짐’ 보인다

2018-09-24 (월)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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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가주 주택매물 증가

▶ 거래량 4개월 연속 감소

뜨거웠던 부동산 시장 ‘변화의 조짐’ 보인다

지난 20일 부동산 좌담회에서 한인 부동산 전문가들이 남가주 주택시장을 진단하고 있다. 왼쪽부터 렉스 유, 제니퍼 정, 피터 백, 조엘 김, 맥스 이, 마크 홍씨. 박 상 혁 < 기자>

최근 수년간 절대적인 셀러 위주였던 남가주 부동산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통계는 물론, 현장에서도 매물 증가, 경쟁 둔화, 가격 하락 등의 새로운 움직임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주택시장 정보전문 ‘리포츠 온 하우징’(ReportsOnHousing)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남가주에 공급된 주택 매물은 증가세로 돌아서 최근 2년 사이 최대를 기록했다.


코러스 부동산의 마크 홍 대표는 “현재 LA 한인타운의 전반적인 인벤토리는 지난해보다 40% 가량 늘었다”며 “부동산 시장의 피크는 지난해 3분기로 현재는 슬로우해졌고 셀러 입장에서 가장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타이밍은 지났다”고 말했다.

대신 바이어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드림부동산의 마크 이 수석부사장은 “지난 8월 들어서 바이어의 60%가 사라졌다”며 “적극적인 사자세에서 관망세로 입장을 급선회한 것으로 매우 갑작스러운 변화였다”고 말했다.

공급 증가와 수요 감소라는 바이어 사이 경쟁 둔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 탓에 통계에서는 남가주 4개 카운티의 주택 거래량이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부동산협회(CAR)가 집계한 8월 남가주의 주택 거래량은 1년 전에 비해 7.5%가 줄었다. OC는 9.7%, LA는 8.9%가 감소했는데 CAR의 스티브 화이트 회장은 “집값이 최고점에 이른 것 아니냐고 판단하는 바이어들이 점점 늘면서 구매를 미루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리스팅된 매물의 가격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비부동산의 제니퍼 정 부사장은 “7~8월 OC 지역의 호가는 셀러들이 기대하는 수준보다 낮아졌고 리스팅 기간도 길어졌다”며 “매일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매물 중 절반 정도는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 부사장은 얼마전까지 어바인을 비롯한 OC 지역의 집값 상승세를 부추겼던 중국인들의 캐시 거래도 최근 들어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셀러스 마켓의 분위기마저 역전된 것은 아니고 한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집값도 한동안 오를 것으로 점쳐졌다.

남가주한인부동산협회의 피터 백 회장은 “집값 상승률이 다소 둔화됐을 뿐 오름새는 이어갈 것”이라며 “고용환경이 개선되면서 남가주로 인구가 유입돼 렌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등 인컴 프라퍼티 투자 환경은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주를 이뤘지만 산업용 시장 전망은 밝게 제시됐다. 스페리 커머셜의 렉스 유 부사장은 “웨어하우스 공급이 LA항과 샌피드로의 확대 계획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8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그동안 경기전망은 밝아 보인다”며 “투자 안목이 있는 한인들은 이미 인랜드, 캄튼, 카슨 등지까지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대선의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이냐 실패냐를 떠나 대선 이후 최장 1년 반까지는 부동산 경기가 최소한 현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LA 한인타운은 산적한 과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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