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괜찮은 사람 되기

2018-09-22 (토) 조탁현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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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개인적인 일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계속 만나고 싶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 나는 ‘그렇다’ 라고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언젠가부터 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려 하고 있었고 혹 누군가 인정을 안 해주면 일부러 알려주거나 그래도 알아주지 않으면 속으로 화가 나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허영에 빠져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이것도 했다’ ‘난 저것도 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에 빠져 스스로를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허술한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이 날 얕잡아 보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스스로를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우리가 대인관계에서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상대방보다 내가 똑똑하거나 나은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다른 사람 앞에서 허튼 모습이나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완전무결함을 추구한다. 그럴 때에만 상대방에게서 신뢰를 얻고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은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사람이거나 나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상대방이 나로 인해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거나,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나를 찾게 마련이다.

누군가와 만날 때마다 열변을 토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널리 알리고 조언만 하는 사람은 매력이 없다. 인위적으로 인정을 갈구하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그런 사람들을 요즘 말로 ‘꼰대’라고 한다.

자신이 ‘꼰대’ 같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다면 가족들이나 주변의 관계를 살펴보면 된다. 가정에서의 책임을 소홀히 한 적이 없는데도 배우자나 자녀들이 자신을 외면한다면 그 사람은 꼰대일 가능성이 높다.

직장 내 관계에서도 그러하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좋은 평판을 듣고 싶다면 상대방이 나보다 더 똑똑하고 근사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누구도 자신의 머리 위에 남을 올려놓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진짜 관계의 고수는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지 않는다.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필요하다. 대인관계에 서툰 사람들은 특히 기다림을 힘들어한다. 기회가 되는대로 먼저 자신의 능력을 보이려 한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주변으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결국 남들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이유를 찾아낸다. 그들이 자신의 똑똑함을 질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힐수록 본인은 더욱 좌절하게 되고 고독해진다.

나도 모르게 이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가끔 나를 인정해주기라도 하는 날에는 한없이 뿌듯했다. 그런 날은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피곤한 줄 몰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외롭고 힘이 들었다.

지금은 모임도 줄이고 말수도 줄이려 노력한다. 나를 내세우지 않는 그래서 어쩐지 더 괜찮아 보이는 사람으로 변하고 싶다. 아부가 될 수 있기에 상대방을 너무 높여도 안 된다. 조금만 높여야 한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한편 나의 자존심은 상하지 않는 선. 참 어렵다! 괜찮은 사람 되기.

<조탁현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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