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류 문학가의 성적 자각과 독립 나이틀리의 단단한 연기 인상적

2018-09-21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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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행한 결혼과 사랑 등, 문학적인 재능 충만한 시골 처녀의 성장기 담아

▶ ‘콜렛’(Colette) ★★★½ (5개 만점)

여류 문학가의 성적 자각과 독립 나이틀리의 단단한 연기 인상적

콜렛(키라 나이틀리)이 방에서 작품을 집필하고 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기 까지 활동한 프랑스의 센세이셔널 한 레즈비언 여류 문학가 콜렛의 전기영화로 차분하게 잘 만들어 어른들이 즐길만한 드라마다. 정석적으로 전기영화의 틀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 보기 좋은 것은 콜렛 역의 키라 나이틀리의 단단하면서도 열정이 가득한 연기다. 콜렛은 뮤지컬 영화로도 만들어진 ‘지지’(Gigi)의 작자다.

남성 위주의 세상에서 소박한 시골 처녀가 자신의 문학적 재능과 성적 기호를 자각하면서 자아와 독립을 찾는 문학적이요 개인적인 성장기라고 하겠는데 따라서 콜렛의 인물과 성격 묘사는 잘 된 반면 그녀의 재능을 갈취하는 남편 윌리의 그것은 다소 빈약하다. 윌리 역의 도미닉 웨스트는 이를 알고 그 점을 보충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돼지’라 불릴만한 저돌적이요 밉상스런 연기를 씩씩거리며 해댄다.

버건디 지방 시골에 사는 10대 소녀 콜렛(나이틀리)은 자기 부모의 친구인 나이 먹은 윌리(웨스트)의 언변과 사내다움에 이끌려 그와 헛간에서 정사를 나눈다. 그리고 둘은 결혼하고 콜렛은 파리로 이사한다. 윌리는 파리에서 악명 높은 바람둥이로 일종의 문학작품 장사꾼. 젊은 문학인들을 싸구려로 고용해 소설과 평론을 쓰게 하고 그 것을 자기 이름으로 출판한다. 그러나 그는 오입과 도박으로 돈을 탕진해 늘 가난에 시달린다.

한편 콜렛은 파리의 문화와 패션을 수용하면서 서서히 도시 여인으로 변모한다. 궁색에 쪼들리던 윌리는 콜렛에게 그녀가 자기에게 들려준 소녀 시절의 얘기를 소설로 쓰라고 종용한다. 그래서 쓴 글이 ‘클로딘’인데 윌리는 글이 평범하다고 원고를 내팽개친다. 이로부터 몇 년 후 윌리는 콜렛의 원고를 다시 보고 콜렛의 재능을 새삼 깨달으면서 콜렛과 함께 원고 수정 작업에 들어간다. 내용을 보다 야하게 만들어 낸 것이 ‘학창 시절의 콜렛’으로 윌리의 이름으로 출판된 책이 빅히트를 한다. 이어 윌리는 콜렛에게 속편을 쓰라면서 콜렛을 방에 가두는데 콜렛은 군소리 없이 글을 써 역시 히트한다. 이 역시 윌리의 이름으로 출판된다.


콜렛은 자기가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을 윌리에게 통보하는데 윌리는 놀란다기보다 오히려 콜렛을 격려한다. 그래서 만난 것이 미국서 온 젊은 바람둥이 여인 조지(엘리노어 탐린슨). 그런데 윌리도 이 여자와 놀아나면서 얄궂은 삼각관계가 이뤄진다. 그리고 콜렛은이 같은 관계를 소설로 쓴다. 역시 히트. ‘클로딘’ 시리즈는 연극으로 만들어져 역시 히트를 한다.

콜렛의 다음 연인은 남자처럼 차려 입는 귀족 여인 미시(드니즈 가우). 이 여인과의 사랑이 진하고 아름답게 묘사된다. 그리고 콜렛은 연극무대에 자기가 직접 올라 연기생활을 즐기면서 순회공연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콜렛은 윌리가 자기 작품의 판권을 마음대로 팔아버린 것을 알게 되면서 둘의 파란만장 했던 결혼생활에도 종지부를 찍기로 한다. 콜렛은 후에 가서야 자기 이름으로 책을 냈다.

워시 웨트모어랜드 감독. R. 랜드마크(피코와 웨스트우드) 등.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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