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각과 감정의 상호작용

2018-09-18 (화) 이수현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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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감정의 상호작용

이수현 카운슬러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왜곡된 믿음 때문에 괴로워하고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우울함을 호소했던 한 사람은 자신에 대한 남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믿을 수 없다고 했는데, 그 밑바탕에는 ‘나는 무가치하다’라는 믿음이 깔려있었다.

또 상대방이 호감을 표현해도 그 관계는 언젠가 반드시 깨질 것이라고 믿으며 불안을 겪던 한 사람의 내면에는 ‘나는 열등하다’라는 믿음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너무나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발견이 어렵고, 심지어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믿음은 우리가 자라나면서 겪는 많은 경험들과 중요한 타인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심리학에서는 인지도식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부모로부터의 반복적인 부정적 메시지나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왜곡되기도 한다. 학대를 받은 아이가 ‘누구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나는 누구도 믿을 수 없어’라는 도식을 갖게 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왜곡된 도식을 갖게 되면 특정자극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반응하게 된다. 따라서 사건의 의미를 왜곡하여 우울함이나 불안함 등을 겪게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무가치하다’라는 도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타인의 생각을 특별한 근거 없이 넘겨짚는 ‘속단하기’나, 자신의 긍정적 경험이나 자질 등은 고려하지 않고 스스로를 부당하게 비난하는 ‘평가절하’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상대방이 대화 중 하품을 하면 ‘저 사람은 내가 지루하다고 생각하고 있어’라고 속단하거나, 좋은 결과를 냈어도 ‘이 일은 누구라도 할 수 있었을 거야’라고 자신을 부당하게 비난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즉각적이고 자발적으로 일어나는데, 아무리 비합리적이라 할지라도 거의 믿어지고 중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인지도식은 생각의 뿌리이다. 우리가 알아차리는 것은 주로 그것으로 인해 표면으로 떠올라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이다. 만약 나의 감정이 과도하게 부정적이라면 그것을 초래한 나의 생각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후 그 생각이 현실적이고 타당한지 따져본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해’라고 생각한다면 그에 대한 근거로 ‘나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등을 써보는 것이다. 추측은 제외하고, 그 근거가 약하지는 않은 지 살펴본다.

그 다음으로 이렇게 질문해보자. 이 상황을 달리 설명할 수는 없을까? 내가 이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는 없는지, 다른 사람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볼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예를 들어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인사하는 것이 어색했던 것이다’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만약 내 생각이 사실이라면 과연 얼마나 끔찍할까? 저 사람이 나를 정말 싫어한다면 그것이 나에게 최악의 일인지,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는지를 생각해본다. 만약 나의 생각이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거나 한쪽으로 치우쳐있었다면, 그에 따른 지금 나의 감정은 적절한 것인가?

감정과 생각, 그리고 몸은 하나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한다. 좋은 생각을 하면 기쁘고, 기쁠 때 에너지가 생긴다. 마음의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자각하고 합리적이고 타당한지를 따져본다면, 우울이나 불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 수 있다.

오늘 나의 감정은 어떠한가? 나를 지배하고 있는 생각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합리적이고 타당한가? 자신의 사고 과정을 알아차려서 ‘제대로’ 생각하며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이수현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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