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권 탄압국가 스웨덴(?)

2018-09-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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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은 스웨덴 정부에게 사과할 것을 아주 엄숙하게 요구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의 인권이 유린됐다는 이유로. 중국의 관영매체들도 일제히 지원사격에 나섰다. 자유와 인권과 공평을 내세우는 스웨덴에서 중국인들이 아주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거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노부모와 다 자란 아들. 3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스웨덴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시각은 새벽 1시께. 체크인 시간 13시간 전에 이들은 예약 호텔에 온 것이다. 이들은 체크인 시간 때까지 호텔로비에서 밤을 지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호텔 측이 거절하자 그들은 주저앉아 버렸다. 승강이가 벌어진 것. 결국 경찰이 출동해 그들은 호텔 밖으로 강제로 내보내졌다. 그 과정을 전하는 중국 버전과 스웨덴 버전이 다르다.

중 국버전은 이렇다. 부모가 몸이 편치 않고 밖은 추우니 로비에서 밤을 지낼 수 있게 해달라고 했더니 경찰이 와 강제로 끌어내 공동묘지에 자신들을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국인 일가족은 스웨덴 경찰의 아주 잔인한 가혹행위를 겪었다는 것이다.

스웨덴 버전은 이렇다. 이들은 로비에 머무르겠다며 소동을 일으켰다. 경찰은 이들을 관례에 따라 인근의 24시간 개방교회로 데려갔다. 교회 옆에 묘지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하철과 버스정류장도 있는 곳이다. 경찰의 구타는 없었다고 목격자들이 증언했다.

어느 쪽 버전이 진실에 가까울까.

중국인 관광객을 뜻하는 ‘중궈 유커(中國遊客)’는 이제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고유명사다. 해마다 1억 명 이상의 중국인이 해외관광에 나선다. 그러니 ‘유커’는 세계 관광시장에서 가장 큰 손님이다.

그 ‘중궈 유커’의 시대를 맞아 세계적 유행어가 된 말이 ‘추악한 중국인’이다.

침 뱉기, 떠들기, 쓰레기 마구 버리기, 새치기 등은 예사다. 그 행태는 비(非)매너 정도를 벗어나 비문명적이다. 오죽했으면 홍콩에서는 ‘대륙인 사절’이란 문구까지 등장했을까.


중국인들은 그러면 그 ‘유커’의 만행을 모르고 있나. “평소 국내에서 하던 일상적인 나쁜 습관들을 해외에 나가서도 똑같이 할 뿐이다.” 중국 국내언론의 지적이다.

“여행객은 여행 중 사회 공공질서와 공중도덕을 준수하고 현지의 풍속, 문화전통을 존중해야 한다….” 2013년에 발효된 중국의 여행법 내용이다. 베이징도 망신스러운 유커의 행태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중국보다는 스웨덴 버전이 더 진실이 가깝지 않을까.

그런데도 중국정부와 관영매체는 일제히 스웨덴 정부의 사과와 후속조치를 엄중히 요구하고 있다. 청천백일 하에 중국인 관광객이 만리타향에서 아주 억울한 일을 당한 양. 도대체 왜.

‘이 사건이 달라이 라마가 스웨덴을 방문한 직후 일어났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텔레그래프지의 지적이다. 차제에 스웨덴을 길들이겠다는 게 베이징의 속내라는 거다.

무엇을 말하나. 갈수록 기고만장하는 저열한 품성. 그건 일부 ‘유커’뿐이 아니라 중국정부도 마찬가지란 이야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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