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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개혁 모델… ‘재건축’ 인가 ‘리모델링’인가

2018-09-18 (화)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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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율 반등 없는 한국당, 추석 이후 개혁, “내년 2월 범보수 통합전당대회 목표”

한국당 개혁 모델…  ‘재건축’ 인가 ‘리모델링’인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두 달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당내 개혁 작업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요즘 일자리를 비롯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반등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7월17일 출범한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두 달이 됐고, 6월 지방선거 참패로 미국으로 떠났던 홍준표 전 대표는 15일 귀국했다. 그러나 그 사이에 한국당의 지지율은 크게 변한 게 없다. 지방선거 직후부터 석 달 사이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0%포인트가량 하락했지만 한국당 지지율은 10%초반대에서 20% 사이에 머물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1%포인트 상승한 50%로 집계됐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0%, 정의당 12%, 자유한국당 11%, 바른미래당 8%, 민주평화당 0.5%로 나타났다. 한국당은 일주일 전보다 1%포인트 하락해 정의당에도 밀렸다.

또 리얼미터가 CBS 의뢰를 받아 지난 10∼14일 전국 성인 2,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 포인트)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직전 주보다 0.4% 포인트 내린 53.1%로 집계됐다. 정당 지지도에선 민주당이 0.1%포인트 오른 40.5%, 한국당은 1.4%포인트 오른 20.9%로 집계됐다. 이어 정의당 10.4%, 바른미래당 6.9%, 민주평화당 2.4%를 각각 기록했다. 두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병준 비대위 출범 후 한국당은 엇갈린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가치 논쟁이 제기되면서 당 지도부의 막말이 크게 줄고 정책 전문가의 목소리가 커진데다, 계파 대립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은 긍정적 측면이다. 하지만 당내 인적 청산이 거의 없었고, 지도부 존재감이 덜 부각됐고, 당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한 것은 부정적 측면이다.

내년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병준 비대위는 당 개혁 방향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8월 중순 개최된 당내 토론회에서 정치평론가인 박상병 박사가 발제한 내용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박사는 한국당 개혁 방안으로 ‘삼봉 정도전 모델’과 ‘포은 정몽주 모델’ 등 두 가지를 제시했다. 망해가는 고려 왕조를 지켜보면서 정도전은 혁명을 통해 ‘조선’ 건국에 앞장서는 길을 택했고, 정몽주는 ‘고려’ 왕조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개혁을 추진했다. 박 박사는 “ ‘포은 모델’은 당의 기본 가치를 유지하되 당명을 변경하고 주류 세력 일부를 바꾸는 정도의 쇄신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삼봉 모델’은 당의 가치 체계를 바꾸고 창조적으로 당을 해체한 뒤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건축에 비유한다면 포은 모델은 ‘리모델링’이고, 삼봉 모델은 ‘재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당 고위 당직자는 미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친박에서 진박에 이어 뼈박 등으로 지지 그룹을 좁히는 길을 걸어왔는데, 앞으로는 문재인정부의 독주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이 하나로 힘을 모으면서 지지 세력을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시민사회 세력 등이 헤쳐 모여서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당직자는 “추석 이후 연말까지 새로운 가치 정립, 인적 혁신 등 당 내부 개혁을 추진한 뒤 연말 이후 여러 세력들과의 논의를 거쳐 내년 2월쯤에는 범보수 통합 전당대회를 치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삼봉 모델도, 포은 모델도 아닌 제3의 길”이라고 말했으나 결국 삼봉 모델과 유사한 개혁을 선호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당이 16일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대체할 ‘국민 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추석 이후 당무 감사에 착수하는 것은 당내 개혁을 위한 워밍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당의 개혁과 야권 통합 추진이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이다. 당내에서 반발이 있을 수 있는데다 바른미래당과 시민사회의 건전 보수 세력 등이 범보수 통합의 깃발에 호응할지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당이 내부 개혁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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