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언제쯤 하나가 될까

2018-09-13 (목)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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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하나가 될까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가수 송소희의 히트 가요 중에 ‘홀로 아리랑’이 있다. 통일의 염원이 담긴 가요인데 2절은 이렇게 나간다. <금강산 맑은 물은 동해로 흐르고/ 설악산 맑은 물도 동해로 가는데/ 우리네 마음은 어디로 가는가/ 언제쯤 우리는 하나가 될까/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북의 명산 금강산과 남의 명산 설악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 곧 민족의 정기는 같은 줄기인데 왜 우리 민족은 엇갈리는가? 언제쯤에야 하나가 될 것인가를 묻는 민족의 한이 서려있는 노래이다.

십자가 처형을 앞둔 예수는 마지막 기도로 “저희가 하나가 되게 해 주소서.”(요한복음 17:21)하고 기도하였다. 예수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제자들이 한 마음이 되어 복음을 전해줄 것을 기원하셨던 것이다.


한 마음, 한 길, 한 방향 등 하나가 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해방 직후 우리 민족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표어처럼 부르짖었다. 그러나 결국 국제사회는 우리를 갈라놓았고 70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다.

갈라졌던 독일도 베트남도 합쳤는데 우리는 왜 합치지 못할까? 이 민족적인 비극을 우리들 스스로가 해결 못하고 국제사회가 해결하여 주기만을 바라고 있다면 정말 통탄스런 일이다.

‘하나’는 획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똑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 속의 통일을 가리킨다. 여러 색깔, 여러 모양의 조각들로 아름다운 모자이크 예술을 창조한다. 맛과 색깔과 모양이 다른 채소들을 한 사발에 넣고 샐러드를 만든다. 여러 음들을 동시에 내면 잡음이 되지만 어울리게 만들면 화음이 되어 더 고차원의 음악이 창조된다.

소프라노 매리언 앤더슨에게 한 사람이 물었다. “무대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그녀가 대답하였다. “가수의 목소리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가수와 청중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연주회란 들려주고 듣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어울려 하나가 되는 마당입니다.”

캘리포니아, 이스트베이에서 큰 산불이 났다. 그 골짜기는 ‘미술인의 마을’로 불렸는데 그들이 평생 제작한 그림과 조각들이 다 타버린 것이다. 그들 중에 조각가 헝거가 있었다. 재가 된 작품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헝거의 머리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비극의 잔재인 재와 타다 남은 나무 조각과 쇠붙이들을 소재로 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의 아이디어에 찬성하는 작가들이 수십 명이 되었다. 1년 후 그들은 세상을 놀라게 한 ‘화재 예술제’를 열 수가 있었다. 헝거는 이렇게 말한다. “화재 예술제의 최대의 성과는 모든 희생자들이 잿더미 속에서 하나가 된 것입니다. 하나가 된다면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성경이 증언하는 그리스도의 역할은 ‘둘로 하나를 만드는 일(에베소서 2:14)’이었으며, 결혼의 원리도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마태복음 19:5)’이고, 교회의 목적도 ‘한 마음 한 뜻으로 복음을 위하여 협력하는 곳(빌립보서 11:27)’이며, 예배의 의미도 ‘한 마음 한 입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로마서 15:6)’이었고, 초대교회 대 부흥의 원인도 ‘그들이 하나가 된 결과였다.(사도행전 2:44)’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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