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꽃샘추위인가, 겨울의 입구인가?

2018-09-12 (수)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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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인가, 겨울의 입구인가?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겨울은 화창한 봄날을 앞두고 피어나는 꽃들을 시샘하듯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맹추위를 떨친다. 그러나 점점 길어지는 일조량으로 인해 꽃샘추위는 1주일을 넘지 못하고 봄날에게 자리를 내준다.

그러나 겨울의 입구는 다르다. 가을의 끝자락까지 꿋꿋하던 꽃들과 풀잎들이 어느 날 새벽에 내린 서리 앞에 맥을 추지 못한다. 그리고 짧아지는 낮의 길이와 함께 이내 혹독한 겨울이 몰아쳐 온다.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서명하고 1968년 7월1일부터 실행된 미국의 새로운 이민법은 유럽의 백인중심의 이민에서 아시아와 중남미 등 수많은 나라의 이민자들이 미국에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올해로 꼭 50년이 되었다.


이민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민문호를 더 넓히기 위해 50년 된 낡은 이민법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백인의 정체성이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백인 민족주의자들의 입장에서는 아예 이민문호를 닫기 위해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이민정책은 클린턴 대통령 1기 중간선거 이후부터 점점 충돌하기 시작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 늘어나는 연방의회 내 반이민 세력에 조건부 사면안을 내고 이민법에서 많은 후퇴를 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시행하겠다고 하는 영주권자의 정부보조 관련법도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아들 부시 대통령 때는 9.11 테러로 인해서 이민자들이 점점 범죄자 취급을 당하기 시작했다.

이민자들을 옥죄는 리얼 아이디 법이 만들어졌고 본격적으로 반이민이 백인민족주의자들의 이념이 되었다. 이어서 포괄적인 이민개혁을 하겠다고 공약한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이 되었다.

그러나 오마바 1기 중간선거에서 반이민 의원들이 연방의회의 다수가 되면서 이민개혁은 좌절되었다. 다만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어린 나이에 미국에 온 서류미비 젊은이들에게 체류를 허가하는 DACA를 주는 대신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이 이민자들을 추방하였다.

그리고 2017년부터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본격적인 반이민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민사회는 심각하다. 서류미비자들은 공포 속에 살고 있고, 영주권을 가진 가난한 사람들은 정부혜택을 받은 관계로 추방당하거나 시민권 신청을 할 수 없을까 두려워하고, 시민권을 받았어도 혹시 잘못 기재된 내용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들을 향해서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반이민 정책을 이야기 할 때마다 그의 지지율은 올라갔다. 그래서 대통령은 더욱 더 강경한 이민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2018년 11월 중간선거는 반이민의 겨울로 가는가 아니면 꽃샘추위 정도가 될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분기점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꽃샘추위가 되거나 겨울의 입구가 될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내용들이 백악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러시아 게이트도 점점 대통령의 목을 조여 오고 있다.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잃을 경우와 유지할 경우 전혀 다른 길로 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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