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재인 정부, 서둘지 마라

2018-09-06 (목) 유흥주 한미자유연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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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서둘지 마라

유흥주 한미자유연맹 상임고문

미북 및 남북 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가 무장해제를 시사하는 조치를 연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연내 종전선언을 목표로 서두르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데 조급증에 걸린 대북정책은 실패하기 쉽다. 비핵화의 어떠한 세부 담보나 분석 검토도 없이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한국의 안보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다. 연례 한미합동 군사훈련인 키리졸브나 독수리훈련 등은 중지되고 한국 자체의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도 보류 되었다.

북한군 병력은 한국의 약 2배인 118만 명이다. 여기에 병사의 복무기간 10∼12년도 여전하다. 북한군은 10여 년 동안 휴가도 제대로 없이 사격명중 훈련을 포함한 고난도 고강도의 체력단련 살생훈련 사상교육 등을 받는다.

이에 대응한 한국국방개혁 2.0 계획은 2022년까지 병력을 5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병사 복무 기간도 단계적으로 18개월까지로 단축한다고 한다. 비무장지대 GP도 철수한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국방백서에서 ‘주적’ 표현도 삭제한다니 스스로 국방력을 현저히 약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도산 안창호 잠수함’ 진수식 날짜가 잡혔다가, 김정은 눈치 보느라 갑자기 무기 연기했다. 개성공단에 ‘남북연락사무소’를 설치하겠다고 하며. 미국의 우려에도 김정은 편들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누가 동맹국이고, 누가 적국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는 피하면서 종전선언에 몰입하고 있는 것은 핵무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주한미군 철수의 선행 공정인 주한 유엔군사령부를 금년 안에 해체하려는 목적이다.

북한이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았음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를 통해서도 거듭 확인됐다.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안보리 산하 대북 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5월 북한은 표면적으로는 비핵화 의향을 피력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핵물질 생산 및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며 미국과 한국을 속이고 있다.

김정은은 지금 공산당의 전통적인 회담전략을 교과서 베끼듯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공산당 의 회담 전략은, 시작은 온갖 호혜적인 미사여구로 상대방이 갑옷을 훌훌 벗게 만들고 막상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온갖 밀고 당기기, 정치공세, 선전선동으로 시간을 무한정 끌며 상대방의 입지를 낮게 만들어 자기들의 일방적인 목적을 달성해 가는 식이다.

게다가 북한산 석탄 수입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해 한국이 대북제재의 ‘구멍’을 내고 있다는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제재를 철저히 지키는 데 앞장서야할 한국이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어 한미 동맹을 스스로 약화 시키는 꼴이 되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외교 안보통일 분야 정책 자문을 제공하는 몇몇 학자가 참여해 작성한 통일부 용역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보면 북한 핵의 동결 단계에서 종전선언,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남북 및 미북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결국 비핵화는 꼬리를 내리면서 북한과 대화의 틀을 유지하자는 식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북한이 바라는 인도, 파키스탄식 핵보유 방식으로 가는 길을 열어 놓는 셈이 된다. 북한을 믿고 평화를 앞세워 한국의 국방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스스로 패배를 조장하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강한 전력과 안보를 바탕으로 북한과 맞서야 제대로 된 대응 방안도 구축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유흥주 한미자유연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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