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맥축구’ 덕분에

2018-08-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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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국이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을 꺾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 올랐다. 한국은 오는 9월1일 숙적 일본과 금메달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는 정식 국가대표가 아닌,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한다. 다만 팀마다 23세 이상 3명을 와일드카드로 쓸 수 있다.

그런데도 아시안게임 축구에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금메달에 선수들의 병역혜택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출전팀은 한국축구의 현재와 미래라 할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누가 선발되느냐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이와 관련해 항상 적지 않은 잡음이 뒤따르곤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의 최고수훈갑은 단연 황의조 선수다. 그는 준결승까지 6경기에서 모두 9골을 뽑아내며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의 결승진출은 그의 발끝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황의조는 와일드카드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다.


하지만 대표팀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올랐을 때 무수한 비난과 질타가 쏟아졌다. 김학범 감독의 프로축구 감독 시절 인맥으로 뽑혔다는 것이다. “역시 한국축구는 인맥이다” “적폐가 시작됐다”는 등의 원색적 비난들이 인터넷을 뒤덮었다.

이런 비난은 40여일이 지난 지금 황의조에 대한 찬사로 바뀌었다. 처음엔 싸늘했던 시선이 대회 초반 조금 따스해지더니 이제는 환호성 일색이다. ‘만약 황의조를 안 뽑았다면?’이라는 ‘황의조 가정법’까지 등장하며 축구팬들은 그의 대활약에 ‘엄지 척’을 보내고 있다. 대중의 변덕은 정말 못 말릴 정도다.

그러나 축구팬들의 ‘인맥축구’에 대한 거부감을 마냥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동안 한국축구계에서 일부 기득권 세력이 학연과 지연 등 인맥으로 선수들을 뽑으며 축구계를 좌지우지 해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맥으로 구성됐다는 비판을 받았던 일명 ‘의리축구’ 대표팀이 국제대회서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면서 팬들의 부정적 시선은 더욱 확산됐다. 감독과 황의조에 쏟아졌던 비난은 이런 나쁜 기억에 따른 반응이라고도 볼 수 있다. .

흔히들 축구를 ‘감독의 스포츠’라고 한다. 감독은 선수를 선발하고 기용하는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다. 만약 감독이 실력이 안 되는데도 자신과의 친분, 연고 등을 기준으로 선수들을 뽑아 기용한다면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장단점을 잘 아는 선수를 발탁해 자신의 축구를 구현하려는 것은 감독으로서 당연한 욕심이다. 김 감독은 황의조를 잘 알기에 그를 발탁했고 그런 ‘인맥축구’ 덕분에 한국은 결승까지 올랐다.

‘인맥축구’든 ‘코드인사’든 그것의 옳고 그름은 오로지 결과와 성과만이 말해 줄 수 있다. 능력이 되지 않는 인사와 선수들을 뽑아 일을 그르친다면 비난 받아야 하지만 좋은 성과를 낸다면 그것은 잘된 인사, 공정한 발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조직이나 팀의 책임자는 자신에게 맞는 사람들을 골라 쓸 권한이 있다. 단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제대로 질 각오를 해야 한다. 아무쪼록 한국이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어 잘된 ‘인맥축구’였다는 평가를 받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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