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짓말

2018-08-29 (수)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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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남선우 변호사

진천 상산초등학교 3학년 때 김 아무개라는 급우가 있었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그의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해서 그의 처지가 안타깝고 불쌍하다고 느꼈다. 그를 위로한답시고 누나와 함께 과자 한 봉지를 들고 그 집 삽살문을 두드렸더니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바로 그의 어머니가 아니던가! 그때의 당혹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사전에 의하면 거짓말은 다른 사람들을 속이려는 의도로 발설하거나 행동으로 나타내는 거짓된 언사다. 누구를 속여 자신에게 이득이 되게 한다는 동기로 많은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다. 내 급우의 경우에도 모친상을 당했다고 거짓말을 했을 때 당장 학교도 며칠 빠질 수 있고 과자 부스러기라도 받아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난처한 일을 당했을 때 빠져나가려고 잔꾀를 부리는 경향이 어렸을 때부터 있을 수 있다. 나 자신의 경험을 보더라도 진천 저수지 하류의 냇물에 가서 헤엄치는 것을 금하신 부모님의 말씀을 어기고 갔다가 새로 사주신 셔츠가 물에 떠내려가자 집에 와서는 그 곳이 아니라 물살이 세지 않은 개천가에서 헤엄치다가 셔츠를 잃었다고 둘러댄 적이 있다.


거짓말하는 또 다른 이유는 출세나 영달을 위해 필요하다는 그릇된 판단 때문이다. 동국대학의 미술관장을 했던 어떤 여인이 예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이력서에 뻔뻔스럽게 적어 놓았고, 학위 수여증 조차 위조했던 10여년 전 사건이 한 예다.

거짓말의 가장 큰 동기 중 하나에는 남녀관계가 있다. 몇십년 전에는 한국에 결혼을 빙자한 간통죄 또는 정조 유린죄라는 게 있었다. 자기가 부유층의 자제라며 결혼하자고 꼬드겨서 여자를 농락하고는 내팽개치는 못된 족속들의 짓거리였다. 그리고 배우자에게 정절을 맹세한 것을 어기는 과정에서 뻔뻔스러운 거짓말이 많다.

남들을 속여서 큰돈을 벌겠다는 동기로 이루어지는 범죄 또한 흔하다. 2008년 전후 경기 퇴조 때 체포되어 재판 끝에 150년 형을 선고 받은 버니 매도프의 예가 압권이다. 천재적인 투자 전문가로 평판을 올린 그는 사실은 거짓일색으로 새 투자가들의 돈을 모아 옛 투자가들에게 지불하는 방식의 폰지 수법으로 결국은 500억 달러의 손실을 입힌 희대의 사기꾼임이 판명되었다.

사람들은 또한 범죄 연루의 의혹대상이 될 때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빌 클린턴이 탄핵 조사를 받던 중 백악관 집무실에서 인턴과 성행위를 했다고 의혹을 받았을 때 “그 여자와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고 공언한 것이 한 예다.

그러나 지난주 뉴욕 소재 연방지방법원에서 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유죄 자인으로 드러난 트럼프의 거짓행각은 클린턴의 거짓말보다 훨씬 심각하다. 2016년 대선 때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엘스가 트럼프와의 하룻밤 관계를 폭로하는 것을 막고자 13만 달러를 지불한 것과 또 플레이메이트 한 여자가 트럼프와 1년 동안의 정사에 관한 폭로기사를 쓰려는 것을 선정 주간지에서 15만 달러에 매입하여 불출판한 것을 변제해준 것이 자기 자신임을 고백하면서 코언은 “나는 선거 후보자(트럼프)와 협조하여 그의 지시 아래 그리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자신과 그의 진영 그리고 백악관의 당국자들은 2016년부터 몇 달 전까지도 트럼프는 전혀 그렇게 한 일이 없다고 거짓말로 일관해왔었다. 얼마 전부터는 두 여자들에 대한 돈 지불을 시인하면서도 선거기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딱 잡아떼다가 이제는 트럼프가 자기 개인 돈으로 변제해준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한다. 코언이 트럼프와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것이 연방검찰 수중에 있는 판국인데도 말이다.

트럼프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현직 대통령은 범법으로 기소될 수는 없기에 탄핵소추만이 그에 대한 책임추궁의 유일한 방법이라서 11월 중간선거 결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전대미문의 거짓말 정권은 어찌 끝날까? 펜스가 대통령이 되는 날이 올까?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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