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산상봉 신청 30년 만에 꿈 이뤄…실감 안나”

2018-08-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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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학진씨 “상봉신청 30년 만에 됐다”

▶ 조옥현씨 “2000년부터 신청, 드라마 같은 현실 실감 안나”

“이산상봉 신청 30년 만에 꿈 이뤄…실감 안나”

【속초=뉴시스】김진아 기자 = 21차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1차 상봉 대상자들이 가져온 선물과 짐들이 등록대 뒤에 놓여있다. 2년10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는 이산가족 89명과 동반가족 108명 등 총 197명이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산상봉 신청 30년 만에 꿈 이뤄…실감 안나”

“이산상봉 신청 30년 만에 꿈 이뤄…실감 안나”

(한국시간) 20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수 차례 이산가족 찾기 신청 끝에 이산상봉의 꿈을 이룬 가족들의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이산가족 찾기 신청 30년 만에 꿈을 이룬 최학진(80)씨는 아내 김정분(71)씨와 함께 여조카인 최용순(58)씨와 최용복(43)씨를 만난다.

최씨는 "상봉 신청은 30년 전부터 계속 했으나 이번에 됐다"면서 "속옷·양말, 스킨케어 세트를 선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에 살았던 최씨는 형이 의용군에 지원한 뒤 헤어지게 됐다. 당시 형은 스무살 청년이었고 최학진씨는 열 두살 소년이었다.

최씨는 "집이 가난해서 형이 '내가 너는 꼭 공부시켜줄께'라고 했었다. 돈 벌겠다고 장사도 많이 다녔지…. 형은 북에서 죽었다고 들었다. 조카들 만나서 형이 어떻게 살았고 무슨 병으로 죽었는지 얘기를 들어야지"라고 말했다.

다른 상봉자 조옥현(78·여)씨는 남동생 조복현(69)씨는 6·25전쟁 때 헤어져 북측에서 살다가 올해 사망한 둘째 오빠의 자녀 조영춘(50·여)씨와 조영대(55)씨를 만난다.

조씨는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이산상봉을 계속 신청했다. 서울로 시집을 온 조옥현 씨는 서울에 있는 대한적십자사에 연락했고, 동생 조복현 씨는 강릉시청에 신청했는데 올해 이산상봉 대상자로 선정됐다.

조옥현 씨는 "한적에서 연락받기 전 동생 복현이가 전화해 '큰형이 살아있으면 85세다'라고 말했다"면서 "그래서 북한에서 오빠들이 살아있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얼마 있다가 적십자에서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조씨는 "19일 속초에 오기 전에 강릉에 있는 동생 조복현 씨 집에 하루 묵고 아침에 한화리조트로 왔다. 잠이 안와 새벽 2시 넘어서 잤다. 드라마 같은 현실이 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멍하고 실감이 아직 안난다"고 기뻐했다.

동생 조복현 씨는 "아버지와 형님 생사확인 만이라도 되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런데 만나게 되니 완전히 로또 맞은 기분"이라며 "조카들을 만나게 되면 자손이 또 있는지, 아버지 산소는 어디있는지, 제사는 지내는지 등 질문할 것을 수첩에 적어놨다"고 전했다.


아들 현남훈(51)씨와 함께 금강산을 방문하는 현성락(85)씨는 제수씨인 김정순(83·동생의 부인)씨와 조카 현정호(47)씨를만난다.

현씨의 가족은 부모님과 누나 6명, 남동생 1명 등 모두 8남매로 평안북도 청주군에 거주했다. 1·4후퇴 때 다섯째 누나의 매형과 함께 부산까지 후퇴했다가 서울에 머무르면서 가족들과 떨어지게 됐다.

현씨는 "북에 남겨둔 남동생은 5년 전에 사망했다. 10년 전부터 이산가족 찾기 했는데 너무 서운한다"면서 "남쪽으로 나온 뒤에 동생이 결혼해 제수씨와 얼굴 전혀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릴 때 고향은 명확하게 생각나는데 조카가 고향이나 가족들 전부 알고 있을 테니 물어볼 것"이라며 "부모님과 누나들 소식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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