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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본보 문예공모전 시 부문 심사평

2018-08-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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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통한 힘겨운 삶 형상화 인상적

한혜영 <시인>

‘미주한국일보’ 문예상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보면 매우 흐뭇하다. 하지만 올해는 눈길을 사로잡는 시가 없어서 조금은 실망을 했다. 주제를 떠올리는 힘이 없거나 있다고 해도 미미한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사하기가 어느 때보다 쉽지 않았지만, 진지하게 의논한 끝에 박경주님의 ‘틈’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상처 입은 코다리 구이 가시를 고요하게 발라”내는 행위를 통해 힘겨운 삶을 떠올리고 “온 세월을 품어도 병아리가 되지 못한 슬픔으로 돌돌 말은/계란말이를 너울너울 풀어헤치는” 것으로 아픈 과거를 돌아본다고나 할까. 식탁을 통해 삶의 ‘틈’을 엿보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는 시적 형상화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가작으로는 양미원님의 ‘청년실업-1’과 이용언님의 ‘일어나야 할 시간’을 선정하였다. ‘청년실업’은 실직을 한 청년의 힘겨운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또 끼니때라고/부끄럼 없이 그 망할 소리를” 내는 것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절박함, 마지막 연의 “나의 산 같은 등을/토닥토닥 쓰다듬으며/잘 될 놈,/잘 될 놈” 혼잣말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압권이다. 그 흔한 비유조차 제대로 없는데도 감동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진정성에 있을 터이다. ‘일어나야 할 시간’은 장지를 다녀오는 듯, 스산한 주변 풍경이 말년의 인생과 잘 어우러진다. 겨울잠을 자는 나무가 속삭였다는, “이제 곧 일어나야 할 시간이야, 준비해야 돼”에서는 종교적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장려상에는 김윤님의 ‘해를 쏘다’와 박현정님의 ‘신발 속의 발’을 뽑는다. ‘해를 쏘다’는 해에 대한 굳건한 믿음, 즉 긍정적인 면을 좋게 보았다.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 한다’는 말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신발 속의 발’은 꿈에 대한 좌절감을 말하고 있지만 다소 희망적이다. 신발 속에 갇혀만 있던 꿈이 훨훨 날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이상으로 응모하신 모든 분들께 힘찬 박수를 보낸다. 바쁜 이민생활 중에서 시를 쓰고 그것을 응모를 한다는 것. 이런 시간 자체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발표가 나올 때까지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기쁨! 응모하지 않은 분들은 절대로 모를 일이다.

삶을 개척하는 글쓰기 작업에 경의

나태주 <시인>

예년에 비해 작품 수가 적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성실하게 글을 써서 내주신 분들이 많았고 어려운 삶 가운데서도 글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글을 읽고 심사하는 사람으로서 다행스러운 일이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 두 사람 또한 성실하게 글을 읽고 전화로 토의한 끝에 가볍게 다음의 입상자와 입상작품을 고르는데 합의를 했습니다. 이 또한 상호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등에 박경주 씨의 ‘틈’, 2등에 양미원 씨의 ‘청년실업’ 3등에 이용언 씨의 ‘일어날 시간’. 4등에 김윤 씨의 ‘해를 쏘다’. 5등에 박현정 씨의 ‘신발 속의 발’.


해마다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이러한 등급이나 구별은 시 작품의 평가에 있어서는 매우 불온한 결정이고 부당한 대접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는 무례를 무릅쓰고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로서 수상자들의 양해를 구할 뿐더러 낙선자들께도 송구스럽고 미안스러운 일이 될 것입니다.

‘틈’과 ‘청년실업’은 선후를 가리기 어려운 작품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적인 표현, 그 형상화의 단계에 있어 전자가 조금 더 나간 게 아닌가 하는 그런 논의에 따라 그렇게 선후를 차리게 되었습니다. 이해 있기를 바라고 그 다음 작품들도 비슷한 정황에서 결정된 일들입니다. 이 또한 이해 있기를 바랍니다.

축하를 드리고, 부디 멀리까지 가시어 좋은 성취 있기를 소망합니다.

성경 말씀에 이런 말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나중 된 자가 먼저 되기도 하리라.’ 뒤에 있는 분들이 실망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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