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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본보 문예공모전 시 부문 입상작] ‘청년실업’

2018-08-20 (월) 양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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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은 채 긴 숨으로 아침을 맞는다
오늘도 할 일이 없을 것 같은
불안에, 서둘러 컴퓨터를 켠다
몸의 온 세포는 전화기에 쏠리고
울리는 건 주책없는
끼니때라고
배에서 나는 망할 놈의 소리

민망한 낮이 슬며시 지났다

죄 없는 공기에 거친 숨으로 속내를 보이고
수심 찬 얼굴 위로 노을이 들 때
주책없는 배는
또 끼니때라고
부끄럼 없이 그 망할 소리를 낸다


보잘것없는 경력이 부끄러워
정성 다해 만든 이력서를 보내고 나면
어느덧
할 일 없던
하루가 서럽게 지나간다

속절없이 하루의 끝이 보일 때쯤

어머니의 인기척에
잠든 척 등을 돌리고 코를 곤다
나의 손을
나의 산 같은 등을
토닥토닥 쓰다듬으며
잘 될 놈,
잘 될 놈
그녀 또한 혼잣말인 척한다

당선소감 l 양미원

아이들이 졸업만 하면 곧 꽃길이 열릴 줄 알았습니다. 막상 졸업하고 나니 시험과 축제로 밤새는 모습이 더 좋았고 주말마다 밤새 게임을 하는 모습이 더 좋았으며 가계부와 씨름하던 날들이 더 좋았더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완전한 사회인이 된다는 두려움과 독립이 주는 책임과 과제를 느끼기도 전에 위축되어가는 모습이 어른으로서도 미안하고 부모로서도 미안했습니다. 젊은이라 괜찮다는 말도, 잘 될 거라는 말도 조심스럽습니다.

아이의 고뇌를 지켜보면서 이젠 품 밖의 걱정이라 바라보는 내내 먹먹했습니다. 그 먹먹함을 글을 쓰면서 응원했는데 입상이라는 결과까지 받아 사회에서 응원받는 기분에 더 기쁩니다. 모든 꽃이 한 날이 피지 않듯, 꽃피는 시기가 꽃마다 다르다는 걸 젊은이들이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엄마의 노력하는 삶을 통해 자기들도 노력하게 된다는 말로 입상을 축하한다는 아이들, 엄마, 언니, 오빠 그리고 친구들에게 사랑한다 고백하며 워싱턴 문인회 문인 선생님들의 애정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귀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LA미주한국일보본사와 심사위원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양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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