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정’과‘결과’

2018-08-16 (목) 이지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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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과‘결과’

이지연 변호사

수년 전에 포기했던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 골프채 잡는 법조차 기억하지 못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지만 나의 실력은 좀처럼 향상되지 않았고, 솔직히 배우는 과정이 즐겁지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에이, 골프는 폼만 좋으면 되는데, 멀리서 보면 자세는 아주 선수 급이야”라는 격려를 받았다. 사실 그 전에 한 지인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한 골프 실력가로 알려졌지만 스윙을 하는 모습이나 골프를 대하는 태도를 봐서는 영 못 미덥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문득, 타수로 판가름나는 골프의 ‘결과’와 그에 임하기 위해 거쳐가는 ‘과정’ 중 과연 무엇이 더 중요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내기 골프를 하는 상황이라면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그러나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자세라면 아무리 정확하게 조준하여 장타를 날리더라도, ‘지금 치는 것이 정녕 골프더냐?’라는 반문이 돌아올 것이다. 반면 아무리 자세가 보기 좋고 안정적이어도, 수십 번을 쳐야 공이 겨우 홀에 들어간다면 실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결국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골프에서도 점수라는 결과가 주는 쾌감뿐 아니라 올바른 수단을 갖추어 게임을 이끌어가는 과정의 균형이 필요하다. 어쩌면 정치가에 대한 실적 평가 역시 정책의 즉각적인 결과뿐만 아니라 평소 공인으로서 모범적이고 일관성 있는 면모를 보여주는 과정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골프나 정치뿐 아니라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과정과 결과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할지 고민에 빠질 때가 있다. 점수, 등수, 통계, 타인과의 비교 등으로 결정되는 ‘결과’는 주로 외적인 것에 영향을 받는다.

이에 반해 ‘과정’이라는 것은 내적으로 즐기거나 받아들여져야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결과라는 목표를 향해 과정이라는 궤도를 따라가면서 때로는 헌신이나 희생이라는 노력을, 때로는 적당선에서의 만족이나 포기를 택한다.

물론 결과와 과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 최선의 삶일 것이다. 그런데 과정이나 결과를 바라보며 개개인이 느끼는 만족감이나 좌절감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서 비롯된다. 어떤 사람에게는 결과가 목숨보다 중요하고 또 다른 이에게는 과정 자체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어떤 결과로 인해 절망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똑같은 결과를 동기부여의 발판으로 삼기도 한다. 이를 보면서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는 수많은 결과들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결과는 항상 짧다, 마치 산의 정상에 도달하는 것처럼. 정상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곳에 영원히 머무를 수는 없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과정은 길고 험난한데, 정상이라는 목표에만 연연하다 보면 산을 오르는 과정 자체에서 얻는 희열과 산 전체가 선사하는 아름다운 기운을 느끼지 못한다.

과정을 즐기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고 과정에서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유지하지 못한다. 긍정의 힘으로 매 순간 단점보다는 장점에 집중하며 결과의 만족감뿐만이 아닌 겪어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야말로 삶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이지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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