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들 코딩교육 서두르지 마라!

2018-08-16 (목) 박옥춘 조지 메이슨대 교수
작게 크게
아이들 코딩교육 서두르지 마라!

박옥춘 조지 메이슨대 교수

지난 주 한국일보 오피니언 지면에서 어린아이들의 컴퓨터 코딩 조기교육을 강력히 추천하는 글을 읽었다.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의 이용석 부소장은 세 살 된 아이의 부모로부터 디지털 시대에 아이를 어떻게 준비시켜야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어려서부터 코딩교육을 시켜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는 칼럼에서 코딩 조기교육의 혜택과 이유들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평생을 교육연구 분야에서 일해 온 나는 아이들의 코딩교육을 서두르지 말라고 추천한다. 코딩 조기교육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혜택보다 해가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데 코딩기술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는 나도 같은 의견이다. 하지만 어린아이일수록 일반 자연언어를 빨리 쉽게 습득하는 것처럼 코딩교육도 어릴수록 좋다는 그의 논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연언어를 습득하는 과정과 그에 필요한 능력은 코딩기술을 배우는 것과는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배우지 않아도 청각을 통해서 들려오는 자연언어를 습득하는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다.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MIT 공대의 노만 촘스키 교수는 모든 아이들은 언어습득의 본능적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고 설명하고 뇌에 그 신비의 능력을 수행하는 언어습득 장치(Language Acquisition Device)가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1960년에 발표된 언어습득장치 이론은 아직도 경험적 연구에 의해서 충분히 증명되진 않았지만 아이들의 언어습득능력과 과정을 설명하는 모델로 사용되고 있다.

언어발달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언어습득장치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두뇌의 구조변화와 함께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사춘기가 지나고 성인이 되면 새로운 언어습득이 어렵게 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코딩은 특별한 노력 없이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니다. 코딩은 컴퓨터가 이해하고 주어진 지시대로 작동케 하는 기계와의 소통을 위한 언어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도구들, 인터넷 웹사이트, 구글이나 빙같은 검색엔진들 모두가 코딩으로 만들어졌다.

사람과 자연언어로 소통이 가능한 아마존의 Alexa, 애플의 Siri, 마이크로소프트의 Cortana도 인공지능기술 코딩의 산물이다. 코딩을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만이 이해할 수 있는 심벌들과 그 심벌들의 정확한 열거를 위해 필요한 코딩규칙을 배워야한다. 또 컴퓨터가 수행해야 할 일들의 구체적 절차를 머릿속에서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정리하여 코딩에 정확하게 담아야 된다. 코딩에 필요한 아이디어들을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코딩규칙에 따라 코딩 심벌로 자세히 표현하기 위해서는 논리적 사고능력이 필수이다.

그러나 아동인지발달 심리학의 대부인 피아제의 이론에 의하면 아이들은 5-6세가 될 때까지는 정보를 머릿속에서 적절히 이해하고 조절하는 논리적 사고능력이 부족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12살 정도가 돼야 추상적이고 가상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아이들의 코딩교육은 너무 일찍부터 서두르지 말고 아이들의 지적능력의 성장에 맞추어 그리고 아이들의 적성과 흥미도 파악하면서 학교교육과 함께 자연스럽게 제공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딩학습에 필요한 지적능력이 아직 부족한 아이에게 적성과 흥미도 파악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조기코딩교육을 시킨다면 아이의 학습전반에 대한 호기심과 동기까지 잃게 할 수 있다. 또 대부분의 아이들은 코딩 조기교육이 없어도 이미 자기들의 문화가 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학교교육과 실생활 속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박옥춘 조지 메이슨대 교수>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