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태양 이야기

2018-08-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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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떠 있는 천체 가운데 태양만큼 인간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다. 이집트에서 메소포타미아, 잉카에 이르기까지 주요 문명들이 태양을 주신으로 섬긴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태양을 신이 아니라 자연 현상의 하나로 보고 체계적 연구를 시작한 것은 그리스 사람들이다. 서양 최초의 철학자로 불리는 탈레스는 기원 전 585년 5월 28일 일식을 예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가톨릭교회가 지배하던 중세는 천체에 관해 자유로운 연구와 토론이 이루어지기 힘든 분위기였다. 1600년 브루노는 태양은 별의 하나에 불과하며 다른 별들도 지구와 같은 행성을 거느릴 수 있고 그 행성에는 생명체가 살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가 불경죄로 화형에 처해졌다.

이런 공포 분위기 속에서도 갈릴레오는 1609년 망원경을 만들어 태양에 흑점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또한 ‘천상에 있는 물체에는 흠이 없다’는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이었지만 한 번은 그냥 넘어갔다. 그러나 1632년 지동설을 본격 주장하자 그는 종교 재판에 넘겨진 후 주장을 철회한다.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연구를 멈추지 않았으며 그 결과 태양의 실체가 상당 부분 밝혀졌다. 46억 년 전 태양계는 거대한 수소와 헬륨 구름 덩어리였다. 그러던 것이 인근에서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구름이 농축되기 시작했고 온도가 높아지면서 핵융합이 일어났다. 이것이 태양의 탄생이다. 과학자들이 태양의 출발을 초신성 폭발과 연결시키는 것은 태양계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는 철 등 중원소 때문이다. 철 같이 무거운 원소는 초신성 폭발 때 같은 고열이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태양은 지금 매초 6억톤의 수소를 헬륨으로 융합시키며 400만톤의 물질을 에너지로 방출하고 있다. 이 중 극히 일부가 햇빛과 햇볕의 형태로 지구에 전달되고 있는 데 지구상 거의 모든 생명체가 이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영원히 빛날 것 같은 태양이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원칙에서 예외는 아니다. 핵연료가 소진될수록 핵융합의 속도는 빨라지며 태양은 더 뜨거워지고 밝아진다. 현재 태양은 45억 년 전보다 30% 밝아졌으며 앞으로도 1억년에 1%씩 밝아질 전망이다.

앞으로 50억 년의 시간이 흐르면 태양은 지구를 집어삼킬 정도 크기의 ‘적색 거성’이 된 후 지금 크기 절반의 ‘백색 왜성’으로 전락하게 된다. 물론 지구는 그 훨씬 전에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는 숯 덩어리로 변할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알려져 있지만 아직도 태양에 관한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를 파헤치기 위해 지금까지 태양에 가장 근접해 자료를 수집할 태양 탐사선 ‘파커’호가 지난 주말 지구를 출발했다.

‘파커’라는 이름은 태양 연구의 선구자 유진 파커를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살아 있는 사람 이름을 탐사선에 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고 시속 60만 마일로 인류가 만든 가장 빠른 비행체인 ‘파커’는 오는 11월 1일 태양 주위에 도착해 앞으로 7년 동안 각종 정보를 보내오게 된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으로 그런 상황에서 15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태양 연구에 투입했다는 것이 놀랍다. 아무쪼록 ‘파커’가 어째서 태양을 감싸고 있는 코로나의 온도가 표면보다 수천배 더 높은지, 오로라의 원인인 태양풍은 어떻게 발생하는지 등등 태양의 신비를 밝혀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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