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징병제 부활 러시

2018-08-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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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4년마다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말하는 거다. 사람들이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회의 경우는 예년과는 조금 다르다. 뭐 그렇다고 아시안게임 그 자체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은 아니다.

손흥민 선수가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 3명에 발탁돼 돼 한국 축구 대표 팀 일원으로 출전한다. 손흥민의 병역문제가 걸려 있다. 그게 관심꺼리인 것이다. 그래서 올 아시안게임의 관전 포인트는 ‘손흥민 병역 하나 뿐’ 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28세 이전에 모든 남성은 군 복무를 해야 한다. 한국 남성이면 지켜야 하는 이 한국의 병역의무는 손흥민 선수 때문에 유럽에도 잘 알려져 있고 또 동정도 사고 있다.

유럽의 젊은이들은 그러면 병역의무에서 해방된 자유를 만끽하고 있을까. 한 때는 그랬다. 요즘 들어서는 이야기가 달라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징병제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냉전이 끝난 1990년대 이후 유럽에서는 징병제 폐지가 대세였다. 2013년까지 전체 44개 유럽 국가 중 24개국이 모병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2014년, 리투아니아가 2015년 징병제를 재도입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던 징병제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

노르웨이도 2016년 7월부터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징병제를 실시했다. 스웨덴도 지난해 3월 징병제를 재도입하기로 결정하고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의무 복무제 시행에 들어갔다.

그리고 프랑스도 마침내 그 대열에 합류했다. 17년간 실시해온 모병제를 폐지하고 올해부터 연 60만 병력 창출 효과기대와 함께 징병제를 재도입한 것이다.

무엇이 징병제 부활 러시를 불러오고 있나. 러시아의 위협이 주 이유다. 푸틴의 러시아는 2014년 3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침공해 강제로 병합했다. 이를 지켜본 유럽 국가들은 위기감을 느끼면서 다투어 징병제 재도입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징병제 부활의 또 다른 이유로는 빈발하는 테러 위협이 지적된다. 이슬람권에서 난민이 몰려든다. 이와 함께 회교 근본주의 무장 세력도 유럽에서 그 세를 넓혀가고 있다. 그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테러 빈발이다.


또 다른 숨겨진 이유도 있다. 청년문제 해결의 방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그것이다.

자유분방하다. 그 정도가 지나쳐 너무 자기중심적이다. 그런데다가 실업률이 높다.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 대비책의 일환이 징병제 부활이라는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정반대의 움직임이 목도되어서다.

‘남북관계 개선에 걸맞은 병역의무를 시행하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현행 징병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일각에서 제기 되는 주장이다. 게다가 일방적 군축에 무장해제를 서두른다. 그 발상이 너무 무책임 해 보인다. 벌써 남북평화공존시대에 들어가기나 한 것 같이.

‘안보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이것이 유럽에서의 징병제 부활이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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