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족이 미국에 여전히 많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캥거루족이란 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부모에게 얹혀살며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는 자녀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같이 렌트비가 비싼 때, 갓 대학을 나와서 바로 독립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대부분 학비를 융자 받아서 공부했을 테니 학비 융자상환 부담도 클 것이다. 한국 대학 졸업생들의 상황은 미국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하리라 믿어진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대학 졸업하고 잠시 부모와 같이 살아보는 것은 좋은 점도 많을 것 같다. 4년 동안 떨어져 혼자 공부하느라 고생한 자녀를 부모가 한 집에 살며 한번 더 보듬어 주는 기회도 되고, 자녀로서는 마음껏 효자노릇을 해볼 기회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대학입학 한다고 간단하게 짐 싸서 대학 기숙사로 들어가면 그게 바로 자녀가 딴 살림 차려 집을 떠나는 것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녀가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 잘해야 하루 이틀 부모 집을 방문할 수 있을 뿐이다. 바쁜 직장 생활로 자주 부모를 만나지 못하는 형편이기에 부모에 대한 고마움과 또 측은한 마음도 많이 들게 되리라 믿는다.
성인이 된 자녀들은 부모가 연로하니 이제는 일을 그만 둘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 마음이 들면서 “건강에 유의하시라”고 거듭 당부하곤 한다. 부모의 생일 등 기념일들을 챙기고, 어쩌다 집에 오면 집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살피고, 요즈음 같이 뜨거운 여름날 에어컨은 잘 돌아가는지 확인 전화도 자주 하곤 한다.
언젠가 읽은 한국의 노 철학자의 글이 생각난다. 아들이 대학 다닐 때는 충분하게 용돈을 주지도 못했는데 그 아들이 대학 졸업하고는 바쁜 중에도 찾아와 노부모를 걱정해주고 용돈도 충분히 주니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는 것이었다.
대학 졸업한 자녀들은 가능하면 대학원에 들어가 전문적인 분야를 좀 더 연구하고 공부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각 분야에서 점점 더 전문적인 인력을 필요로 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리고 대학졸업 후 바로 대학원에 들어가기보다 2-3년 직장생활을 하며 경험을 쌓은 후 대학원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대학 시절의 융자금도 어느 정도 갚고, 대학원 학비도 마련할 수 있을 테니 일거 양득이 될 것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 갈 것은 부모가 못 다 이룬 꿈을 자녀를 통하여 이루고 싶은 심리나 체면 때문에 자녀를 대학원에 보내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진 어느 청년은 대학입학 당시 커뮤니티로 부터 받은 장학금이 감사해 수여자들을 찾아가 인사를 나누었다. 그 중 한 사업가는 그해 한번 장학금을 지급하고는 사업이 기울어 장학사업을 그만 두었다고 했다. 청년은 자신이 기금을 마련하여 수여자 명의로 다시 장학사업을 하자고 했지만 그 사업가는 말만으로도 고맙다며 청년에게 앞으로 좋은 일 많이 하라는 당부를 했다고 한다.
교육열 높은 우리 한인부모들은 힘이 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자녀교육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훌륭한 한인 인재가 많이 배출돼 미국사회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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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규 LA 민주평통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