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민자 때리기’ 도가 지나치다

2018-08-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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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이민자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민자 때리기’를 정책 삼아온 트럼프 행정부가 이제는 합법이민자들의 영주권 및 시민권 취득에도 제동을 걸 태세이다. 합법 불법 상관없이 무슨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이민을 막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민자 때리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전국의 이민 커뮤니티들이 응집된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국토안보부가 추진 중인 새로운 이민규제안은 합법 이민자가 웰페어나 푸드스탬프. 저소득층 아파트, 아동건강보험, 메디칼(메디케이드) 등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복지 혜택을 받은 경우 영주권이나 시민권 취득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 시민들의 세금을 축내는 존재들이니 온전한 미국국민으로 받아줄 수 없다는 말이다. 주목할 것은 앞의 혜택들은 합법이민자들에게 법으로 보장된 공공지원이라는 사실이다.

이민법에는 ‘공공 부담’이라는 조항이 있다. 이민자가 자립할 능력이 없어 미국사회에 부담이 될 것 같으면 입국을 금하거나, 추방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국토안보부는 이번에 해당 조항의 범위를 대폭 확대해 이민자가 합법적 혜택을 받았더라도 영주권/시민권 취득의 결격 사유로 삼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족 중 한사람만 복지혜택을 받아도 전 가족 구성원이 규제 대상이 된다. 대략 1,800만명의 이민자와 900만명의 어린이들이 이에 해당되니 앞으로 파장이 엄청날 것이다.


무슬림 이민자 입국불허, 멕시코 국경장벽 추진, 밀입국 난민 가족격리 정책 등 강경함과 무자비함의 도를 더 해온 트럼프 반이민 정책이 이제는 합법이민자들까지 타깃으로 삼고 있다. 십수년 전의 일들을 일일이 조사하며 영주권 시민권 자격 심사를 하고 과거 범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영주권자들도 가차 없이 추방하고 있다. 이민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토안보부가 공공 부담 규정을 확대하기로 결정한다면 막을 길은 없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이민사회가 심판할 수는 있다.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로서 우리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해야 하겠다. 트럼프와 그의 지지층의 반이민 정서는 인종차별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색인종 이민자라면 목소리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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