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족 간 갈등 방치가 부르는 참극

2018-08-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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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거주 21세 한인 청년이 귀가하는 어머니에게 칼을 휘둘러 중상을 입힌 한 주 뒤 몬태나 주에서 여행 중이던 21세 한인 아내는 언쟁을 벌이던 끝에 남편의 가슴을 칼로 찔렀다. 끔찍한 칼부림 사건이 7월 중 한인가정에서 잇달아 발생했다. 가해자인 아들과 아내는 구치소에 수감되었고 피해자인 어머니와 남편은 각각 중상을 입고 입원 중이다.

성형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어머니 얼굴을 난자한 아들과 다툼 끝에 머리 식히겠다며 산책 나가려는 남편을 따라가 칼로 찌른 아내의 구체적 범행 동기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가족을 잔인하게 칼로 찌르는 극단적 범죄는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해묵은 갈등이 불화로 굳어진 상태에서 어느 순간 분노가 치솟으며 폭발했을 것이다.

존속살해 가해자의 40% 이상이 정신질환자로 집계되고 있다. 정신분열증·우울증·의처증·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정신질환 외에 요즘 많은 폭력사건의 원인으로 꼽히는 분노조절장애까지 합한다면 비율이 훨씬 늘어날 것이다.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사이의 갈등과 불화는 모든 가정이 겪으며 사는 일상의 단면이다. 건강한 가정은 갈등이 생겼을 때 대화와 이해를 통해 풀어 나간다. 원인을 찾기 위해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과정에서 가벼운 정신질환의 증세부터 분노의 원인을 발견해 치유를 시작하게 된다. 참극을 막는 첫 걸음이다.

한인을 비롯한 이민가정의 존속 상해사건은 드물지 않다.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충격적 사건 등은 뉴스보도로 세상에 드러나지만 사망 아닌 부상에 그쳐 알려지지 조차 않은 사건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가족 간의 집안 일’로 덮고 넘어가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가정폭력도, 정신질환도 증세가 가벼울 때 철저하게 대처해 싹을 잘라야 한다. 참고 덮어준 손찌검이 폭행치사의 범죄를 부르고, 그저 ‘한 성질 한다’며 방치한 분노조절장애가 끔찍한 칼부림의 비극을 초래한다.

가정 내 갈등 해소가 패륜범죄 예방의 첫 걸음이라면 갈등을 애초에 막을 수 있는 것은 자녀에게 기본 가치관을 심어주는 인성교육이다. 가정 외엔 아무 곳에서도 윤리를 가르치지 않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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