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순간에 가족 앗아간, 북가주 ‘카파이어’ 비극

북가주 레딩의 산불로 증손주 2명을 품에 안고 숨진 멜로디 블렛소 할머니의 피해가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자녀들과 할머니를 잃은 셰리 블렛소가 가족을 끌어 안고 슬퍼하고 있다. [AP]

30일 북가주 레익포트 지역 산불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AP]
“할아버지, 제발 빨리 와주셔야 해요. 불이 뒷문까지 왔어요.”(5살 증손자 제임스)“아가야, 내가 바로 곁에 있다. 조금만 버텨봐라. 할아버지가 가고 있단다.”(70대 증조 할아버지 에드 블렛소)
올들어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최악의 산불 중 하나인 북가주 북부 레딩지역 산불 ‘카 파이어’로 소방관과주민을 포함해 8명으로 늘어나고 실종자도 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피해를 본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잇따라 알려져 심금을 울리고 있다.
30일 CBS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까지 10만에이커가 넘는 지역을 집어삼킨 산불로 850채 이상의 주택과 건물이 불에 타고 대피한 주민은 수만 명에 달하고 있는데 특히 사망자 중 70세 증조할머니 멜로디 블렛소와 두 증손주 제임스(5), 에밀리(4)의 사연이 이웃 주민을 가장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
뜨거운 대기와 거센 돌풍으로 순식간에 마을을 덮친 카 파이어가 들이닥쳤을 때 증손자와 통화한 증조할아버지의 인터뷰가 방송에 나왔다.
화마에 아내와 두 증손주를 잃은 에드 블렛소는 CBS 새크라멘토 뉴스에 “잠깐 물건을 사러 집에서 15분 정도 떨어져 곳에 들렀는데 손주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빨리 오라고, 불이 언덕 너머까지 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불이 뒷문까지 왔어요’라고 하는 것이었다”고 화재 당시 통화 내용을 전했다.
블렛소는 “내가 곧 갈 테니, 조금만 버티라고 하고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하지만 도로는 대피하는 차들로 꽉 막혔고 곳곳을 화염이 가로막았다”라고 말했다. 블렛소는 “내가 그때 집에 가서 손주들, 아내와 함께 죽었어야 했다. 그만큼 내게 소중했다”며 오열했다.
산불이 집을 덮칠 당시 멜로디 할머니는 증손주들을 구하기 위해 담요를 물에 적셔 아이들을 감싸 안고 있다가 3명이 그대로 숨진채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블렛소는 “불이 그들을 데려갈 때까지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할머니를 덮어주고, 할머니는 아이들을 감싸 안고, 그랬다”고 울먹였다.
또 산불 진압에 나선 소방관 1명과 민간인 불도저 기사 1명도 진압 현장에서 사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