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털리’서 만삭 엄마이자 아내인 말로 역의 샬리즈 테론
▶ “셋째 아이 가진 여자를 영화 만들자”, 라이트만 감독의 즉석 제안에 수락
본보 박흥진 편집위원과 샬리즈 테론
말로가 보모 털리(왼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무덤덤한 남편과 함께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사는 두 아이의 어머니로 세 번째 아기를 가진 여인이 뜻밖에 총명하고 명랑하며 생기로 가득 찬 보모 털리를 맞아 삶의 활기를 되찾는 드라마 ‘털리’(Tully)에서 만삭의 비대한 몸의 아내요 어머니 말로로 나오는 샬리즈 테론(42)과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오스카 주연상을 탄 연기파인 금발미녀 테론은 차갑게 느껴질 정도의 창백한 피부를 한데다가 장신이어서(이 날은 하이힐을 신어 키가 더 커 보였다) 위압감마저 느껴지는데 질문에 대답할 때도 별 유머 없이 사무적이어서 친근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매우 진지하고 깊이가 있는 사람이다.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두 어린 남매(둘 다 입양했다)의 어머니로서 아침에 얼마나 분주한가.
“두 아이가 다 아침에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기 때문에 6시 50분까지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한다. 그래서 매일 아침 5시45분에 일어나는데 아침마다 목 매 죽고픈 심정이다. 별 대단한 준비도 아닌데도 어느 날은 이도 닦지 못한다. 그러나 난 그런 일을 사랑한다. 저녁 8시45분에 지친 몸으로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아이들과 함께 일어나는 일이 요즘 내 일상으로 난 그 것이 즐겁다.”
▲여자는 어머니가 되면서 갖는 책임과 부담으로 인해 어머니가 되기 이전의 여인으로서의 자신을 잃는다고 생각하는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 점이다. 사회는 여자에게 너무 버거운 역할을 맡기고 있다. 아내와 어머니의 역을 모두 충실히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남편들이 이 점을 깨닫는다는 것은 여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내가 잘 아는 사람들 중에는 어머니가 되면서 자기가 도대체 누구인지를 몰라 고생을 한 사람들이 있다. 한 친구는 내게 자기는 아이를 낳기 전에 자기를 특별한 여인으로 만들어준 것들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자가 어머니가 되고서도 자기만의 특별한 점을 찾으려고 하면 사람들은 부모 노릇 제대로 못 한다고 비아냥댄다. 아이를 갖고서도 난 아직도 예전의 나라고 느낄 때에야 자기와 아이 모두에게 좋은 것이다.”
▲어머니가 아닌 샬리즈 테론으로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며 지내는가.
“아이들 학교에 보낸 뒤에 사무실에 나가 앞으로 만들 영화에 대해 작업한다. 그 때 나의 실존을 실감하게 된다. 오늘 아침에 아이들이 나보고 어디 갈 것이냐고 묻기에 일하러 간다고 했더니 가지 말라고 그러더라. 그러나 난 어렸을 때부터 내 어머니가 매일 일하러 가는 것을 보고 자라 내 아이들에게도 자기들의 어머니가 일하는 어머니라는 것을 주지시키려고 한다. 난 어머니와 일하는 사람으로서 균형을 맞추려고 애를 쓰고 있다. 난 내 아이들을 볼 때마다 축복 받았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어머니로서 아이들의 성화를 어느 정도 잘 참는가.
“난 옛날엔 다른 사람들에 대해 참을성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이런 예쁜 괴물들을 두었으니 그들에게 참을성을 보여야지 하며 산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디까지가 한계인줄 모르기 십상이어서 힘들지만 나는 ‘나의 마을’ 안에서 내 귀여운 것들을 키운다고 생각하며 산다. 그리고 현실에서의 나의 ‘털리’는 내 어머니다. 훌륭한 어머니가 되기 위해선 간간 휴식이 필요한데 내게 있어 그 때 정말로 필요한 사람이 나의 어머니다.”
▲영화의 각본을 처음 읽었을 때 어느 부분에 공감했는가.
“영화를 감독한 제이슨 라이트만을 우연히 만났을 때 그가 내게 세 번째 아기를 가진 여자의 얘기를 함께 만들자고 해 즉석에서 수락했다. 그 후 각본을 읽으면서 영화에 또 다른 무엇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언가 매우 익숙한 내용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매우 솔직하고 진실한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 경험과도 비슷했기에 공감이 컸다. 영화가 단순히 부모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말로의 남편(론 리빙스턴)은 일벌레로 아내의 일상과 속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데.
“영화는 말로의 이야기이지만 그의 남편에게도 어떻게 생명감을 주느냐 하는 것을 논의했다. 말로의 남편은 결코 나쁜 남편도 아니요 또 말로가 남편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하고자 했다. 말로는 남편과의 관계를 계속해 유지하고자 하나 세월이 그 관계를 부식한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부부 관계를 빼앗아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론과 나의 아이들은 같은 학교에 다녀 우리들은 아침에 자주 학교 앞에서 만나곤 한다. 그러면 나는 ‘여보 남편’이라고 그를 부른다.”
▲패션 감각은 어떤지.
“난 보통 때 운동복을 입고 있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줄 때도 마찬가지다. 난 늘 진과 T셔츠 차림으로 생활해왔다. 실제로 야단스런 의상을 입어본 적이 별로 없다. 물론 프리미어 때는 예외이지만. 이젠 아이들 어머니가 되어 더 평상복을 즐겨 입는다.”
▲아이들과 함께 당신의 고향인 남아공에 간 적이 있으며 남아공 언어인 아프리칸어를 아이들이 할 줄 아는가.
“우린 함께 여러 번 갔다. 거기에 내가 마련한 HIV 예방 프로그램 기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LA에서 살기 때문에 아프리칸어는 잘 할 줄 모른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내가 자기들에게 아프리칸어로 하는 상냥한 말들은 이해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남아공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
▲어머니가 된 후로 당신 어머니와의 관계에 달라진 점이라도 있는지.
“그렇다. 할머니와 손자들과의 관계는 너무나 달라 그것이 나와 내 어머니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내가 아이를 갖기 전만 해도 난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나를 잘못과 실수를 연발하는 10대로 생각했었는데 이젠 안 그렇다. 어머니는 이제 나를 두 아이를 잘 키우는 어머니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조부모와 그들의 손자들과의 관계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홀어머니로서 데이트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는데 여전한가.
“아이들을 가진 첫 2년간은 데이트에 전연 관심이 없었다. 어머니로서 몸과 마음과 내 안의 화학분비물질이 100% 아이들에게 쏠렸기 때문이다. 그 후 더 이상 막내의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도 되면서 그런 경향에 다소 변화가 왔다. 그러나 데이트가 내 삶의 첫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안 해도 난 행복하다. 어떤 때는 데이트가 즐겁다기보다 일 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더군다나 난 일 많이 하는 남자들과 데이트하는 경향이 있어 다시 데이트를 시작하기 전에 그것부터 바꿔야 하겠다.” (*테론은 2013년부터 오스카상 수상자인 배우이자 감독 션 펜과 데이트를 시작해 2014년에 약혼까지 했으나 2015년 헤어졌다.)
▲영화에서 세 아이의 어머니로 나왔듯이 다가족제를 선호하는가.
“그렇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그 가족의 일원으로서 그것을 확실히 원하는가를 알아야한다. 그러나 난 인구과밀화가 심한 이 지구에서 모두들 아이를 여섯씩 가지라고 말하진 않겠다. 입양의 경우는 다르지만.”
▲가족 간의 관계는 얼마나 가까운가.
“난 피를 나눈 가족이라곤 어머니 밖에 없지만 내가 가족처럼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다. 우리의 관계는 친 가족의 그것보다 더 강하다. 가족에서 중요한 것은 질이지 양은 아니다. 난 과거 20년간 한 가족처럼 지낸 소수의 여자 친구들이 있는데 그들을 내 자매로 여기고 있다. 그들은 지금도 내 아이들에게 이모 구실을 한다. 어떤 때 아이들이 내게 그들이 진짜 내 자매들이냐고 물으면 난 그렇다고 대답한다.”
▲자신을 어떻게 보며 또 표현하겠는가
“난 가만히 앉아 나에 대해 생각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저 진실 되게 내 삶을 살 뿐이다. 난 아주 어렸을 때 겪은 비극적 경험을 통해 인생이란 매우 짧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죽음의 침상에 누웠을 때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 책임을 질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나는 이 지침에 따라 살고 있다. 난 언제나 남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괘념하지 않고 내 일을 결정한다. 이제 어머니가 된 나로선 이 것이 우리 가족을 위해 좋은가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내가 믿는 것은 삶은 예행연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삶을 최대한으로 살려고 한다. 그리고 무지무지하게 섹시한 여인이 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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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