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월드컵, 그 최대 승자는…

2018-07-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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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 국제적 스포츠 제전이 열릴 때마다 강조되는 말이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축구, 특히 국가 대항전으로 치러지는 월드컵 대회는 정치적 색채가 아주 농후하다. 월드컵 무대는 내셔널리즘의 각축장이라고 할까 그런 측면도 있어서다.

그러면 프랑스 우승으로 끝난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최대 정치적 승자는 누구일까.


“테러·난민 문제 등으로 특유의 ‘관용’ 문화가 흔들렸던 프랑스는 젊은 ‘레 블뢰(푸른 군단·프랑스 축구 대표 팀 별칭)’ 덕분에 축제와 화합의 분위기를 되찾았다.”

외신들의 보도로 월드컵 우승과 함께 정치적 자신감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니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월드컵 특수 덕을 단단히 보고 있는 셈.

“졌다. 그러나 그들의 도전은 위대했다.” 인구래야 400여만 남짓하다. 구 유고슬로비아로부터 독립한 해가 1991년. 많은 세계인들에게는 아직도 그 이름조차 생소하게 들리는 신생 독립국가다.

그 작은 나라 크로아티아가 프랑스를 상대로 혼신의 힘을 다하고 패배하자 나온 논평이다. 한 마디로 감동적이었다는 것. 이런 면에서 준우승에 그쳤지만 아마도 이번 월드컵의 최대 승자는 크로아티아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감동 같은 거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월드컵을 통해 챙긴 수익은 꽤나 쏠쏠해 보인다.” 2018 월드컵 주최국 러시아에 대한 평이다. 8강까지 올라갔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그리고 당초 우려와는 달리 월드컵 관광수입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외국원수들이 줄지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은 앉아서 외교적 ‘잭 팟’을 터뜨렸다. 그리고 월드컵 열기에 들 뜬 분위기를 틈타 은퇴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슬그머니 올렸다.

이런 저런 면에서 가장 실속을 차린 것은 러시아의 푸틴이라는 게 타임지의 진단이다.

반면 설상가상이라고 할까. 되는 일이 없고 게다가 정치적 에러의 연속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월드컵의 최대 패배자로 지목되는 나라는 독일이다. 한국에 2 대 0으로 패배함으로써 전 대회 우승국이자 세계 랭킹 1위 독일은 16강에도 못 올라가는 수모를 당했다.


독일의 전차군단이 한국의 태극전사에게 영패를 당하자 구글 서치에 가장 많이 검색됐던 단어는 ‘schadenfreude’(남의 불행을 기뻐함이란 의미)이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

월드컵에서의 망신 탓인지 안젤라 마르켈 총리도 잇단 정치적 에러를 범하면서 이민법 개혁에 난항을 겪는 등 고전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은 그러면. 대통령까지 현장에 가 응원을 펼쳤다. 그런데도 16강 진출에 또 실패했다. 그런 면에서 아무래도 패자 대열로 분류되는 건 아닐까.

16강, 게다가 혹시 운이 따라 8강에라도 올랐으면 또 다시 온통 ‘붉은 악마’ 열기로 뒤 덮이면서 청년실업 등 고질적 문제는 슬며시 잊혀 졌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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