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이민 정책만이 답일까?

2018-07-16 (월)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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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민 정책만이 답일까?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소장

최초의 유럽제국 로마는 노동력을 위해서 늘 노예를 필요로 했다. 그래서 늘 다른 나라들을 침공했다. 침공의 명분은 문명화였다. 그러면서 침략 전쟁에서 사로잡힌 포로들과 야만인들을 로마로 데려와서 로마의 경제를 위한 노예로 부렸다. 혹은 해적들에게서 노예를 사기도 했다.

노예제도는 민주주의 사회를 목표로 건국된 미국에도 있었다. 특히 미국의 노예제도는 철저히 인종주의에 근거하였다. 백인은 노예주이고 흑인은 노예라는 방식으로 피부색에 근거하여 노예제도를 운영하였다. 이것의 후유증은 1863년 노예해방 선언 후 160년이 되어가고 있음에도 자연스럽게 백인들이 미국의 주인이고 우월하다며 흑인들을 차별하는 행위로 남아 있다.

노예해방에는 자유로운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북부 공업지대가 대규모 농장에 묶여있던 흑인 노예의 노동력을 필요했던 요인도 상당히 작용했다. 그러나 미국은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고 정세가 불안한 유럽의 수백만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미국은 부흥의 황금기를 맞는다.


물론 이 시기에도 같은 유럽에서 온 이민자였지만 오는 순서대로 가장 힘든 노동역할을 해야 했고 같은 백인들이라도 먼저 자리 잡은 이들의 텃새에 특별히 이탈리아계와 유대인 이민자들이 가장 많은 설움을 받았다.

유럽의 백인 이민자들이 들어올 때 아시아계에 대한 이민문호는 철저히 봉쇄되어 있었다. 다만 백인 이민자들과 동등한 권리를 받지 못하는 계약 노동자들만이 미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은 미국 시민과 결혼도 할 수 없었다. 바로 그들이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를 건설했고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건설했고, 뉴욕의 다리들과 해저터널들을 건설했다.

1965년 새로운 이민법과 함께 미국은 아시아와 중남미로부터도 이민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0년대와 1990년대는 아시아 이민자들과 중남미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황금기였다. 그만큼 미국은 노동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했다.

그러나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은 이민자들에게 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7년 미국은 금융공황을 맞았고 중산층들은 급격히 몰락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을 하고 미국은 다양한 인종에 근거한 발전을 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미국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백인사회는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들은 백인우월주의와 반이민, 반세계화,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을 절대적으로 지지하여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밖으로는 전통적인 동맹국들과 파트너 국가들에게도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요하면서 안으로는 유례없는 이민자 청소를 하고 있다. 이민국 경찰 ICE는 매일 수많은 일터를 급습하여 서류미비 이민자들을 체포하고 이민자 직업알선소와 첵캐싱 하는 곳 등에서 무작위로 검문해서 잡아가고 있다.

특히 노동력이 부족하여 어쩔 수 없이 서류미비 노동자들을 고용한 회사와 업주들에게도 무거운 형벌을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서류미비 이민노동자 고사정책이 저임금 일용직 노동자가 필요한 농장과 3D 업종들 그리고 노동집약적인 업종을 고사시키는 결과를 만들고 있을 수도 있다.

뉴욕시 인구보다 300만이 더 많은 미국 내 1,200만 서류미비이민자들을 추방하고 합법적 이민문호를 축소할 경우 미국의 경제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지 아닐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은 뒷전으로 한 채 다분히 감정적이고 진영논리적인 정치공방만이 지금 계속되고 있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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