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타운에서 한인 목소리를 내는 길

2018-07-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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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사회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한인사회가 뿌리내리고 있는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 구역을 분리해 리틀 방글라데시 주민의회를 신설하겠다는 청원서가 지난 3월말 LA 시 당국에 제출되고, 5월초에는 한인타운 한가운데에 노숙자 임시주거시설을 설립하겠다는 시정부 발표가 나왔다. 공식발표 전까지 두 안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한인사회는 큰 충격을 받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결과적으로 코리아타운 주민의회 분리안은 부결되고, 노숙자 시설 설립안은 관할 10지구 허브 웨슨 시의원실과 의견조율 과정에 있다.

지난 두 달여 한인사회는 주민의회 분리안 반대투표 캠페인, 노숙자시설 반대 시위 등을 거세게 전개하면서 한가지 사실을 절감했다. 한인사회 정치력의 한계이다. 바로 이웃의 방글라데시 커뮤니티가 지지서명을 모아 주민의회 분리 청원을 하기까지, 10지구가 타운 내 시주차장을 노숙자시설 후보지로 결정하기까지 한인사회는 어떻게 그렇게 모르고 있었는지, 시정부와 한인사회 간 소통 네트웍이 이렇게도 없는 것인지 진지하게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역사회 현안들을 미리 알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주민들의 기본적 권리이자 책무이다.

LA시는 주민의견 수렴 창구로 주민의회를 활용하고 있다, 시 전역 96개 주민의회에서 올라오는 다양한 의견과 요구사항들을 접수해 시정책에 반영한다. 치안, 도로 재정비, 부동산 개발 인허가 등 주요문제들에 대한 1차 심사관문이 사실상 주민의회이다.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분리안 역시 주민의회에서 논의가 시작되었고, 노숙자시설 건립안은 현재 주민의회가 의견서를 준비 중이다. 한인 정치력 신장을 위해 놓칠 수 없는 것이 주민의회이다.

윌셔센터- 코리아타운 주민의회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여야 하겠다. 수적 확대와 아울러 효과적 의견개진을 위해서는 영어권인 1.5세, 2세들의 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민의회 대의원 활동은 정치훈련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데이빗 류 LA 시의원 역시 코리아타운 주민의회에서 봉사한 전력이 있다. 정계진출을 꿈꾸는 한인 젊은이들이라면 타운 주민의회 대의원으로 활동하며 지역사회 봉사도 하고 경력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 4월 대의원 선거에 많은 젊은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가 적극 지원하기를 바란다. 한인타운에서 한인사회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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