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주노총과 시대 변화

2018-07-12 (목)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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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과 시대 변화

이영묵 문인

얼마 전에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가 당초의 선거공약과 달리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주지 못한다고 규탄하며 데모를 하는 것을 TV에서 보았다. 이 방송을 보면서 나는 지난 5월에 심양비행장에서 만난 조선족 염모라는 젊은 엔지니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그는 20년 전에 일본의 도시바 전기 심양 현지회사에 취직해서 아직까지 일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서안에 설립되고 있는 삼성전자 공장건물에 엘리베이터 설치계약을 하러 서안으로 출장을 가는 중이라 했다. 나는 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면서 꽤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의 말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서안에 삼성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중국정부가 공장 부지를 거의 무상에 가깝게 대여해 준 것은 물론 서안 공항에서 공장까지 고속도로를 놓아주고 그 앞에 세관까지 설치해 주어서 수출입 업무를 쉽게 해 주는 등 수많은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런 정부지원 덕분에 엄청난 고용효과가 생겨나, 12만명의 삼성 현지고용과 이와 연계된 공장고용까지 합친다면 족히 20만은 넘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만일 민주노총 사람들이 옆에 있었다면 나는 이러한 이야기를 했었을 것 같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천문학적 액수의 도움을 주고 있는 기업가들도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무슨 섬나라에 법인을 세우는 것 보지 않았느냐? 삼성이 왜 한국을 떠나 중국 서안에 공장을 차리고 있는지 같은 맥락에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세상의 흐름을 보면 국민소득이 2,000~3,000달러 정도가 되면 노동집약적 산업의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나게 되어 있다. 한국도 YH 사건, 동일방직 사건, 그리고 전태일의 분신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국민소득이 2~3만달러 시대가 되면 소득불균형, 빈부격차 등으로 사회주의 성격의 정권이 탄생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건강한 나라는 5년 내지 10년 후에 다시 시장경제와 성장을 선호하는 세력에게 권력이 넘어간다. 이렇게 권력이 이념적인 순환을 하는 것이다.

내가 민주노총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지난 10년의 정권이 너무 무능하고 부패했던 이유도 있지만,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투쟁을 통해 사회주의적 정책을 펴는 현 정권이 탄생한 것이 아니라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라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한 것이란 사실을 인식하라는 것이다.

그러니 5년 또는 10년의 사회주의 성격의 정권하에서 건전하고 타당성이 있는 소득분배와 빈부격차 해소에 전념하다가 후에 다시 역사의 흐름으로 성장위주의 보수, 우익 정당이 자연스럽게 정권을 물려받도록 해야 하는 것이 노총의 의무이다. 거듭 이야기 하지만 작금에 찾아온 기회를 전리품으로 생각하지 말고 투쟁으로 일관하지 말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제발 머리에 띠 두른 채 데모만 하지 말고 넥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다음 정부체제의 설계자들과도 긴밀한 대화를 나누기 바란다.

한편으로 이곳 미국에서 보수 우파를 주장하는 분들도 현 정권의 노선을 종북으로 규정하면서 모든 것을 안보문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이제는 이런 생각을 그만두고 북한과는 무관한, 사회복지를 우선과제로 추구하는 새로운 정권의 시기에 들어섰음을 인식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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