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8살짜리 꼬마 전사

2018-07-1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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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카운티에 사는 라이언 힉먼은 8살짜리 어린이지만 어엿한 사장이다. 그의 취미이자 일은 쓰레기, 그 중에서도 플라스틱 병을 줍는 일이다.

그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3살 때다. 바닷가에 나가 아이가 버려진 병을 줍는 것을 본 부모는 며칠이면 싫증을 내고 그만 둘 줄 알았다. 그랬던 것이 벌써 5년이 지났다. 그는 이 일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라이언 리사이클링’이란 회사도 차렸다. 부모와 친구들을 직원으로 채용해 함께 쓰레기 수거 작업을 벌이며 지난 5년 간 35만개의 병과 캔을 재활용했다.

회사 로고가 그려진 T 셔츠 등을 만들어 팔기도 하는 데 이렇게 번 돈은 모두 바다사자 구호 활동을 하고 있는 ‘태평양 해양 포유류 센터’에 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센터에 라이언이 준 돈은 8,000달러에 달하며 그러고도 1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


라이언이 쓰레기를 주우며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가주가 198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가주 환불 가치’(California Redemption Value) 프로그램 덕이다. 가주에서 판매되는 플라스틱 병이나 캔을 잘 살펴보면 CRV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이는 버린 캔이나 플라스틱 병을 가져오면 돈을 환불해준다는 뜻이다.

라이언은 지난 1월 엘렌 디네제네레스 쇼에도 출연, 일약 유명 인사가 됐으며 매칭 펀드로 1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그는 앞으로 돈을 더 모아 쓰레기 트럭을 사는 것이 꿈이다. 라이언은 물론 돈도 벌고 싶지만 그보다 훨씬 더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라이언은 지금 전세계에서 일고 있는 플라스틱과의 전쟁 최전선에 선 소중한 꼬마 전사다.

인류가 플라스틱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한 지는 60년 됐다. 그 동안 플라스틱은 싸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인류의 일상생활, 그 중에서도 식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지금까지 생산된 플라스틱 총량은 83억 톤으로 추산되는데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이들 대부분이 지금도 지구 어디엔가 남아 있다. 이중 불로 태워져 소각된 것은 12%, 리사이클 되는 것은 9%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버려지는데 이 중 상당수는 시간이 흐르면 햇빛에 의해 미세한 조각으로 떨어져 나와 사방으로 흩어진다.

이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빗물에 씻겨 상수도원으로 흘러들거나 강을 거쳐 바다로 들어가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이미 우리가 마시는 물이나 생선 가운데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2050년이 되면 바다 안에 사는 물고기 톤수보다 버려진 플라스틱 톤수가 더 많아질 전망이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북태평양 해상에 떠 있는 ‘쓰레기 섬’이다. 면적 180만 평방km으로 남한 넓이의 18배에 달하는 이 섬은 대부분 1조 8,000억 개에 달하는 플라스틱 조각으로 이뤄져 있는데 매년 더 커지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해마다 8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리사이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아예 이를 쓰지 않는 게 시급하다며 커피 등 음료를 마실 때 1회용 플라스틱 컵보다 머그 잔을 쓰는 등 작은 일부터 하나씩 실천해나갈 것을 권하고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환경을 해치고 동물과 인간의 건강을 위협한다. 오늘부터라도 누구나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에 동참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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