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명 다한 플라스틱 빨대

2018-07-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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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생존해있다면 90살 쯤 되었을 주디스 로젠 할머니가 몇 년 전 아버지를 회상하며 이런 말을 했다. “언젠가는 플렉스-빨대가 온 세상에 퍼져 있을 것”이라고 아버지가 말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플라스틱 빨대를 고안한 발명가 조지프 B. 프리디먼(1900-1982), 플렉스-빨대사(Flex-Straw Company)는 프리드먼의 빨대 제조회사였다. 주디스 할머니가 어렸을 때만해도 플라스틱 빨대가 이렇게 많이 쓰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플라스틱 일회용품이 넘쳐나는 지금 미국에서는 매일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빨대가 대략 5억 개에 달한다. 썩지도 않고 녹아 없어지지도 않는 이들 빨대가 해양으로 흘러들어가 환경을 파괴하고 바다 동물들에게 치명적 위험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반대 운동을 펼쳐왔다.


특히 지난 2015년 빨대가 콧구멍에 박혀서 나오지도 않고 들어가지도 않아 고통 받는 바다거북 동영상이 유튜브로 공개되자 3,000만 번 이상 시청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높였다. 스위스 비영리기구인 세계경제 포럼은 각종 플라스틱이 지금처럼 쏟아져 들어갈 경우 오는 2050년이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 조각이 더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들 사이에서 스타벅스가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친환경 정책에 앞장서고 나섰다. 단일기업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빨대를 사용하는 스타벅스가 9일 플라스틱 빨대 사용 전면중단을 발표했다. 내후년인 2020년까지 전체 2만8,000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고 환경 친화적 용품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대안은 생물 분해성 종이 빨대와 빨대가 필요 없도록 디자인된 재사용 가능 특수 뚜껑. 이렇게 함으로써 스타벅스에서 나오던 연간 10억개 이상의 플라스틱 빨대는 사라지게 되었다.

스타벅스의 결정은 본사가 있는 시애틀 시 방침에 따른 것이다. 시애틀 시정부는 최근 빨대, 포크, 스푼 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했다. 플라스틱 환경오염을 막으려는 이런 조치에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이 비슷한 조례안을 추진 중이고, 영국도 유사한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주디스 할머니는 아버지의 예언대로 온 세상 가는 곳마다 플라스틱 빨대가 넘치는 것을 보았고, (아직 생존해있다면) 이제는 다시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플라스틱 빨대는 주디스 할머니에게는 특별한 것이다. 아버지가 어린 딸을 위해 고안한 것이었다.

1930년대 어느날 샌프란시스코에서였다. 조지프 B. 프리디먼은 딸을 데리고 음료가게에 갔는데, 어린 주디스가 뻣뻣한 종이 빨대로 밀크셰이크를 제대로 마시지 못해 애를 썼다. 그러자 평소 발명에 관심이 많던 그가 아이디어를 냈다. 종이 빨대 안에 나사를 집어넣고 나사의 홈 부위를 치실로 꽁꽁 감은 후 나사를 뽑아냈다. 그러자 골이 생긴 빨대가 유리잔 가장자리로 유연하게 구부러지면서 아이가 편하게 밀크셰이크를 마실 수 있었다.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음료용 튜브’로 특허를 낸 것이 1937년 9월. 1940년대 회사를 차리고 빨대를 팔기 시작한 것이 1947년이었다. 처음에 납품한 곳은 병원.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환자들이 구부러지는 빨대를 이용하니 편리하게 음료를 마실 수 있게 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가 되었다. 그렇게 세상에 존재를 드러낸 플라스틱 빨대가 이제 수명이 다했다. 사라질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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