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퍼 파워의 분노

2018-07-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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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명으로는 센카쿠열도, 중국 명으로는 다오위다오. 동중국해 상에 있는 이 무인도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일본과 중국 두 나라간의 갈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질문은 우발적 상황이 발생해 충돌로 이어질 때 어느 나라가 이길까하는 것이다.

중국이 이긴다는 것이 일반적 생각이다. 많은 군사전문가들의 진단은 그와 정반대다. 일본해군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로 중국공산당 체제가 무너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뒤따르는 분석이다.

G2로 불린다. 그 중국이지만 외교안보문제에서의 비교적 큰 실수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거다. 한 번 실수로 정권안보까지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역시 그 당시는 G2였다. 과거 소련제국을 말하는 거다. 그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 카터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 인권만 외치던 카터가 분노했다. 그 분노는 워싱턴 전체로 번졌다. 미국의 은밀한 대반격이 시작됐다.

그 결과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엄청난 좌절을 겪게 된다. 그 실패는 그리고 그토록 막강해보이던 소련제국의 붕괴로 이어진다.

전사자만 6만에 가깝다. 쏟아 부은 전비는 7380여억 달러. 그 전쟁에서 미국은 패배했다. 베트남 전쟁이다. 재난에 가까운 안보외교상의 실패다.

그러나 미국은 그 베트남 전쟁의 상처를 딛고 바로 우뚝 섰다. 그리고 소련과의 냉전에 승리했다. 무엇을 말하나. 파국에 가까운 안보 외교적 대실패에도 끄떡없다. 그게 세계 유일의 수퍼 파워 미국이라는 이야기다.

북한 비핵화 6.12 북미정상회담 이행을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했다가 망신만 했다.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강도적’이니 ‘전쟁위협만 증폭시킨 암적 존재’ 등 욕설에 가까운 북한 측의 비난도 뒤따른 것.

그러자 워싱턴에서 나오고 있는 진단은 한 마디로 속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김정은이 협상에서 한 수 위라는 거다. 과연 그럴까. ‘딴은…’이란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제법 숙련돼 보이는 줄타기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나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김정은이 아닐까. 급한 쪽은 미국이 아니다. 북한이다. 대북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북한경제는 질식사 할지경이다.


그런데 잔재주를 부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유일하다싶은 대화파인 폼페이오 마저 분노하게 했다. 그리고 북한은 결코 신뢰할 수 없는 체제라는 인식을 새삼 온 천하에 확인시켰다.

그 분노의 대가는 무엇일까. ‘북한이 국제경제시스템에 진입할 마지막 기회의 상실’이 그 하나로 보인다. 그리고 ‘분노와 화염’이라는 워싱턴의 저주가 치러야할 또 다른 대가가 아닐까.

“We have reached a fork in the road.” 내셔널인터레스트의 해리 카지아니스가 폼페이오 방북 성과와 관련해 한 말이다. 미국은 중대 결정의 시점을 맞았다는 것이다.

이 말을 김정은은 깊이 유념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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