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금 이 순간

2018-07-07 (토) 조탁현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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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 동안 한 드라마를 흥미롭게 시청했다. ‘집단 따돌림’ ‘성폭력’ ‘자살’ 등의 사회문제를 다룬 드라마였다. 상담을 하며 내담자들과 이러한 문제들을 많이 다루기 때문에 더욱이 주의 깊게 봤던 것 같다.

드라마의 내용은 한 여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자신이 왜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기록을 남기게 되고, 그녀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이 그녀의 자살에 어떻게 관련돼 있었는지 알게 되면서 겪는 심경들과 사건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또한 잘못된 편견과 자기 방어, 거짓말로 인해 가벼운 일들이 감당할 수 없는 큰 사건으로 변하게 되는지 진지하고 묵직하게 전달하면서, 자살이라는 비극 이후 주변 사람들이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잘 풀어낸 좋은 드라마였다.

드라마를 보면서 ‘자살’이라는 행동에 대해 다시금 깊게 생각해 보았다. 상담을 하다가 보면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거나 실제로 실행을 한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많다. 사람들은 쉽게 ‘자살’을 하려는 용기로 다른 일들을 했더라면 더 큰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거라 말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어떤 부분에선 맞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부분에선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어떤 과정이 겪었기에 스스로 목숨까지 끊으려고 했냐는 것이다.


어떤 누구도 자신의 생명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번에 결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사소한 사건들이나 충분히 이해 받지 못했던 상황들 등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일들이 쌓이고 또 쌓이면서 마지막으로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상담을 하러 오시는 분들 중에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오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그러한 분들을 만날 때마다 상담사로서 내가 하는 일은 이야기를 판단하려 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하고, 어떻게 그러한 선택까지 오게 되었는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들으려고 한다. 그리고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에게 알려 힘든 이 시간을 함께 이겨 나가게끔 도와준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섣부른 충고나 훈계 따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발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라든지 ‘그런 일로 그런 생각까지 하냐?’는 그런 말들 하지 말자. 왜냐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는 사람은 숨조차 쉬는 것이 힘들고 지쳐있는 상태이기에 때문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다.

‘너의 마음 알아’라든가 ‘너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라는 어설픈 공감은 위로가 될 수 없다. 그냥 힘든 것은 힘든 것이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안아주거나 손을 잡아 주면서 함께 있어보자. 그게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혹 현재 마음이 너무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면 혼자서 스스로 이겨낼 거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주변의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권유하고 싶다. 혼자 있지 말기 바란다. 너무 힘든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주변 가족이나 친구들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든다면, 전문가를 만나는 방법도 추천한다. 자살은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상담을 아무리 공부하고 많은 내담자와 만났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여전히 ‘말’은 참 어렵다. 앞으로도 어려운 것이 ‘말’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지나가는 작은 말 실수 하나가 큰 상처를 주기도 하고, 아무 의미 없이 내뱉은 말이 누군가에게 큰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그 구분을 어떻게 잘 알 수 있을까? 얕은 나의 지식으로 상대방의 힘듦을 평가하지 않길… 되도 않는 해결책을 제시하며 나의 할 일이 다 끝난 것처럼 행동하지 않길… 힘듦을 전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렇게 아파할 수 있다고 정말 고생하고 있다고 이야기 해줄 수 있길… 최대한 상대방의 진실을 알려고 하고 이해할 수 있길… 오늘도 상담을 임하기 전에 다짐해본다.

<조탁현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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