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내 좌석간 공간 갈수록 좁아지고 있지만… 연방항공국 “안전과 무관” 딴소리

2018-07-05 (목) 12:00:00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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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시정요구 거부에 논란

연방항공국(FAA)이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좌석간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는 시민단체의 요구에 안전과 무관하다는 답을 내놓으며 항공사의 손을 들어줘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3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연방항공국이 좌석간 공간 확보를 위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항공 관련 비영리 단체인 ‘플라이어스 라이츠’(Flyers Rights·항공승객 권리)의 요청에 대해 이는 항공기 안전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올해 초 플라이어스 라이츠가 항공기 좌석 공간에 관해 FAA의 조치를 요구하는 소송을 낸 가운데 워싱턴D.C.연방항소법원이 FAA에 의견을 요구한 것에 대해 내놓은 FAA의 이같은 답은 좁아진 항공기 좌석간 거리 문제 해결을 사실상 거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FAA가 좁아진 좌석간 거리 문제는 안전과 관계없다고 밝힌 것은 최근 항공기 탑승객이 무사히 대피했던 7건의 항공기 사고의 사례를 근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플라이어스 라이츠는 좌석간 앞 뒤 간격이 너무 좁은 데다가 승객들의 몸집도 더 커져서 법정 시간인 90초 이내에 항공기에서 탈출이 어렵다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은 치열한 가격 경쟁에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항공사들이 한 줄이라도 더 많은 좌석을 끼워넣으려는 데서 비롯됐다.

지난 20여년간 좌석 폭은 물론 앞뒤간 간격(피치)은 계속 줄어들었다. 이코노미 좌석 기준으로 35인치(89㎝)였던 피치는 최근에는 31인치(79㎝)로 10% 가량 줄었다.

일부 항공사들은 키 작은 사람들조차 비좁게 느낄 정도인 28인치(71㎝)까지로 좌석 간격을 줄여 놓은 상태다.

좌석의 좌우 폭 역시 훨씬 좁아졌다. 과거 18.5인치(47㎝)였던 좌우 폭은 최근엔 17인치(43㎝)로 줄어 팔걸이 사용을 놓고 승객간 다툼의 원인이 됐다.

비좁아진 좌석과 달리 승객들의 체구는 더욱 커졌다.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 여성들의 최근 평균 몸무게는 1960년대 남성 평균 수준인 166파운드(75㎏), 남성의 평균 몸무게는 196파운드(89㎏)로 늘었다. 허리도 남성의 경우 40인치, 여성은 38인치로 각각 불어나 좁아진 좌석이 더욱 좁아지게 됐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서도 FAA의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비상시 승객들이 대피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좁아진 좌석 문제는 승객과 항공사 사이에 문제일 뿐 FAA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2015년 이래 발생한 7건의 사고에서 탑승객들은 현행 규정에 따라 설계된 비행기에서 모두 성공적으로 탈출했을 뿐 아니라 일부 대피중 부상자는 있었지만, 앞뒤 좌석의 좁은 간격 때문에 대피가 늦어졌다는 보고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 FAA가 내세운 근거다.

이에 대해 플라이어스 라이츠는 몸집이 큰 승객이나 노약자일 경우 젊고 건장한 승객처럼 제한된 시간내 대피가 가능하다는 증거는 없다며 이 문제를 다시 법정으로 끌고 갈 것임을 명백히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FAA의 답변이 항공사들의 손을 들어준 격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항공기 안전을 책임지는 FAA가 좁아진 좌석 간격은 안전과 관련없다고 밝힌 것은 항공사들에겐 면죄부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항공사들은 이번 일로 항공기 좌석 개조를 위한 ‘자유이용권’을 얻은 셈이라는 것이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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